[김진호의 시시각각(時時刻刻)] 인접국 북한의 도발과 한국과 중국의 호혜협력

2017-12-07 07:00

김진호 단국대 교수, 아주경제 중국전문 대기자.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북한 핵 문제는 한·미동맹과 한·일협력, 그리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한 공조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그리고 우리는 북한의 국경선과 가장 길게 맞닿아 있는 중국을 국제사회 대북제재 참여국이자 한반도 문제의 주요국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중국 수도인 베이징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두 국가인 한국과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 지도부의 심정은 복잡할 것이다. 중국은 아편 전쟁에서 청·일 전쟁까지 잇단 외세와의 전쟁에서 패한 결과 중국남방 거점 도시와 주요 물류중심지를 개항과 조차해 줬다. 이후 중국내 패권을 둘러싸고 국내 여러 세력과 다툰 끝에 최종 내전에서 국민당을 이겨 통일된 사회주의 국가를 세우는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국제사회의 냉전이라는 환경에 봉착했다. 냉전시기 중국 지도부의 대외봉쇄와 국내경제의 낙후는 마오쩌둥 사망 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의 경제성과, 그리고 오늘날 시진핑 '새 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로 변모하고 있다.

즉,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의 수용과 민족주의 국가 건설로 중·소 냉전 대립에 ‘한 지구에서 여러 체제가 공존할 수 있고, 자본주의는 어는 한 국가의 독점물이 아니며, 세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주장하면서 시장경제체제를 접목한 사회주의 국가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중국의 국제적 경쟁국은 어느 국가일까' 생각하면 중국의 한국과 북한에 대한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중국에 있어 러시아는 협력국가이지만 견제대상이고, 미국은 경쟁대상이지만 협력을 통해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대상이다.

공산당의 민주정치체제 특징을 갖는 중국 정부는 한국과 북한, 양국 모두와 좋은 관계를 형성해 중국의 국내안정과 안정된 국제환경을 조성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이런 환경을 조성하면 중국이 안정적이고 꾸준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면에서, 중국 공산당은 특수한 체제의 사회주의국가인 북한과는 사회체제와 주변안정이라는 목적으로, 한국과는 시장경제 체제의 공유와 경제·문화적 협력을 통한 역사적 유대 회복 및 미중관계를 고려한 국익을 고려하며 대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남북한에 대한 입장에 있어서 중국엔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고 냉전시기 미국과 대립하던 보수적 사고가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서 중국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조금 더 안전한 국제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잠재의식이 대한반도 전략에 투사되기도 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사건들도 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한국 전쟁에서 그리고 월남전쟁에서 미국과 직·간접적인 전쟁을 치렀고, 현재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려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자국에 유리한 국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접국 및 국제적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중국은 중·소 관계에서 사회주의 사상과 전략적 공조는 있지만, 1960년대 있었던 대립과 미·중수교의 배경인 미국의 대(對)구소련 정책에서 나타난 협력과 견제를 병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 북한이 러시아와 그 협력의 끈을 강화하려는 것은 북한이 미국의 동맹이나 협력세력과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국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선택적 외교를 벌이는 현상이다. 북·중관계와 북·러관계란 북한이 미국의 동맹세력과 힘의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 북한이 협력국가의 힘을 활용해 자국의 생존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이러한 북한의 대중국·대러시아 전략이란 바로 북한이 한국 및 미국과의 경쟁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여 방어막을 극대화 하려는 전략일 것이다.

최근 중국이 미·중협력도 중시하며, 사드와 관련한 한국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면서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고 북·중관계에 공을 들이는 것도 북한의 대외 협력구조에서 중국의 비중 보다 러시아의 비중이 높아지려는 것을 방지하려는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 강화에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중유공급을 차단해야 한다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중국이 쉽게 그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것은 미·중 경쟁관계 뿐만 아니라 한반도 북쪽의 북한·중국·러시아의 삼각 협력과 경쟁구도가 주요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중국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과 북한에 대한 외교정책과 중국의 동북아 외교전략, 그리고 미·중 강대국관계에서의 국제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놓았을 것이다. 

북한은 최근 개량된 화성-15호 미사일을 발사하며 자국의 적대세력인 미국과 제재 참여 국가를 향해 “이 미사일 발사로 핵개발이 일단락되었다”고 성명을 발표해 자신의 의중을 나타냈다. 즉, 북한이 회담에 나갈 수 있다는 얘기로도 비쳐진다. 이제 북한과의 회담을 위해 한국과 중국도 협력이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 러시아의 협력 지지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 미·중·러 관계에서 러시아의 입지는 중국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러시아가 미국과 경쟁하며 협력하는 공간이 중국보다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미국 선거에 러시아의 개입 이슈만을 봐도 미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한국, 중국, 러시아, 북한이 북핵문제 관련 회의에 참가의사가 높아지면 미국, 그리고 일본을 협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과제로 남게 되며, 이에 각 국가들은 주판을 두들기며 향후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협상의 목적에 다다르기 위해 진행과정에 상대방의 마음에 희망을 불어넣는 분위기 조성작업을 하는데, 아직 중국의 반응은 나오지는 않고 있다. 한국정부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숲을 봐야지 나무만 봐서는 안되는데, 중요한 것은 한반도 안보 위주의 북핵 문제의 해결방법에 초점을 맞추면서 동시에 한·중 양자관계의 공정한 관계를 주장해야 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한국과 중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동북아 주변국들의 의중이 모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미국과 일본도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미·중관계와 한·미관계의 의제와 한국과 중국, 러시아, 북한의 관계가 서로 유기적으로 잘 조화되도록 협상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양국 지도자의 책무일 것이다. 한·중 양국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핵 문제 해결을 중심 과제로 반드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