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시시각각(時時刻刻)]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한·중 정상회담
2017-12-06 09:19
한중 정상회담에서 생각해야 하는 다섯가지
앞으로 두 정상이 베이징에서 만나 회의하는 모습과 그 내용이 언론에 어떻게 비춰질지 생각하면, 중국 언론이 시진핑 주석을 주역으로, 한국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을 주역으로 내보낼 것이라는 사실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다만 중국 언론은 이 내용을 미리 세세히 준비해 지도자의 위상을 높여 중국 국민의 단결을 높이는 홍보에 중점을 두는 방면, 한국은 한·중 정상회담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언론사별 찬반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한국과 중국의 정체(政體)가 서로 다른 이유도 있지만, 중국과 달리 한국에는 다양한 여론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중에 이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한 미국이나 일본, 혹은 북한의 보도를 보게 되면, 우리는 이들 국가들의 한국과 중국에 대한 관심과 그 비중, 그리고 그들의 기대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세계 언론 보도로 나타나는 이미지는 정상회담의 내용만큼 중요한 이유다.
어렵게 추진되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핵심 이슈가 북핵문제라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이 북핵 문제가 한·중, 한·미, 미·중, 북·중, 북·미, 북·러, 북·일, 그리고 한반도 남북한 문제라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은 회담에서 쌍방의 외교·안보·경제적 성과를 얻기 위해 회담 관중인 미국·북한·러시아·일본, 그리고 세계 여러 국가의 관심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즉, 양국은 쌍방 협력관계인 경제·무역·관광·환경·교육·문화·언론 등 이슈 외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는 북핵 문제와 동북아 국제질서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양국 정부는 한·중 정상회담의 역대 과정과 그 결과, 그리고 세계의 반응도 면밀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아래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 소견이다.
첫째, 국제적 시각에서 봤을 때, 한·중 정상회담은 양자 회담이면서 다자관계를 포함하고 있고, 그 핵심에는 북핵 문제와 강대국의 세력 경쟁이 내재돼 있다. 이런 측면에서 양국은 적어도 한·미 관계나 남북한 관계의 현안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부정적 동인(動因)이 되지 않도록 회담의 세세한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요한 의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핵심이 아니라 북핵 문제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에 대한 충분한 대화나 서로간의 의견 접근 없이 사드 문제를 이야기하게 되면, 국제사회는 중국이 대북전략에는 모호하면서 한·중 관계를 중국 패권정책의 일환으로 생각한다고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안보, 세계 평화적 측면에서 인접국 지도자를 만난다는 대승(大乘)적 입장으로 정상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 한·중 관계의 변천이나 현재의 한·중 관계를 보더라도 우리 국가가 존재하는 저력은 국민의 애국심과 민족적 자존심이 큰 밑천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역사적으로 너무 큰 국가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잘 알아도 이에 사대(事大)하게 되고, 너무 몰라도 친해지려 아부하게 되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존을 지키는 중용(中庸)이다. 조선시대 최부(崔溥)의 선비 정신이 명 나라의 관료와 황제를 감동시켰듯, 정상회담에서도 한국 민족의 선비정신과 민족적 자긍이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 국왕에게는 백성이 존재하지만, 대통령에게는 국민의 지지가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국민의 충심(忠心)에 귀 기울여야 한다.
셋째, 한국과 중국의 경제·문화적 협력문제다. 양국의 교류란 양국 국민들의 자유로운 교류를 통해 5000년 역사를 이어나갈 경제·문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으로, 우리의 ‘동북아 허브전략’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즉, 국경을 초월한 자유로운 교류로 한반도와 중국대륙이 서로 문화·경제공동체라는 것을 확인하고 같이 번영하는 것이 양국의 협력과 상생의 길일 것이다. 이 흐름에 개별적 이념이나 정치적 관여는 반대로 큰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양국 지도자는 잘 인식해야 한다. 고대 아테네나 로마가 주변과 유기적이며 평등한 관계로 함께 성장했다는 것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양국 대기업의 투자는 기업 경쟁력에 현지 정부의 고의적 제재가 생기지 않게 하는 법적 보완도 필요할 것이다. 양국간 협력은 기업이나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며, 정부간 신뢰로 안보와 경제적 효용이 국민정서와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도자들의 의지도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4년 후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접한 두 나라에서 연이어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는 것은 동북아의 겹경사로 서로 마땅히 도와야 할 일이다.
넷째, 한국에서는 ‘적패청산’, 중국에서는 ‘심화개혁’이라는 말로 맑은 정치를 바라는 기류가 있다. 즉, 두 나라 관계에서 중요한 정치현상은 우리의 ‘법치국가’ 건설과 중국이 주장하는 ‘의법치국(依法治國)’이 서로 연계가 된다는 내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이 서로 법으로 양국 국민을 보호하고, 여러 분야에서 법과 규정에 근거한 협력을 도모하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협력이라 할 수 있다. 양국 국민과 기업의 역내 보호문제, 해양경계와 어업권, 그리고 무역 및 재산권 등 여러 문제를 서로 법적인 연구와 협력을 통해 양국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나가야 한다.
다섯째, 서로 협력할 법적 연결고리가 있어도 이를 추진하고 활력을 넣을 수 있는 것은 양국 정치가나 영향력이 있는 인사들의 인적 교류로 만들어지는 추진력이라는 점이다. 이 추진력은 서로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된다. 양국은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서로 가까운만큼 서로 상대방을 더욱 잘 이해하고 상생하려는 노력을 실천해야 한다. 마음으로 서로를 아끼는 만남과 믿음의 대화가 된다면 양국관계의 미래는 밟을 것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과 회담 참가자들이 밟은 표정과 신의가 여러 곳에서 드러나길 바란다. 정상 부부들이 함께하는 서로 마음을 털어놓고 배려하는 화기애애한 동방예의지국의 화담(和談)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나타나길 바란다. 덕과 믿음으로 서로 대하고 교류하는(以德待人, 以忠待人) 정상회담이 되면 한중관계에 청신호가 들어올 것이고, 국민들도 양국 지도자를 마음으로 존경할 것(以忠敬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