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늙어가는데···기술 노하우 代 끊길 판

2017-11-28 18:31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내년이면 칠순을 맞는 과학기기 수입·생산업체 창업자 A씨는 요즘 동년배 B씨의 ‘제3의 인생’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고급 인테리어 자재 수입업체를 운영하던 B씨가 3년 전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30대 C씨가 창업한 회사에 영업고문으로 취업한 것. A씨는 “우리 나이대가 되면 아무래도 회사 경영 전반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며 "나도 B씨처럼 지내고 싶지만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과학기기 사업은 일정 수준의 전문지식과 외국어 실력은 물론 영업에도 소질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그런 인재를 찾기가 어렵다"고 푸념했다.

고령화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지만 기업가(CEO)들의 고령화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A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노령의 CEO’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60세 이상 중소기업 CEO 비중 18.7% '역대 최고'
28일 중소기업청이 매년 발간하는 ‘중소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중소기업 경영자의 평균연령(제조업 기준)은 52.4세로 2004년(52.7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 중소기업 경영자들 가운데 7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3.2%에 달해 2007년(3.5%) 이후 두번째로 높았다. 60~69세(15.5%)를 합하면 60세 이상 경영자 비중은 18.7%로 조사 이래 역대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 나이도 올라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간하는 ‘중소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업력이 30년을 넘어선 기업 수는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만개(10만6764개)를 넘어섰다. 전체 중소기업 수(354만2350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3.0%를 기록했다. 25~30년 미만 기업 수도 10만1379개사(비중 2.9%)로 10만개를 처음 돌파했다.

장수기업이 증가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기업가의 평균 나이 증가와 같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후계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60세 이상 경영자 비중이 증가한 만큼 젊은 경영자들의 비중은 낮아지고 있다. 49세 미만 경영자 비중은 2015년 36.5%로 3년 연속(2013년 37.5%, 2014년 35.6%) 30%대에 머물고 있다. 집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젊은 경영자들이 창업 후 초기 생존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령의 기업가들은 회사를 믿고 맡길 만한 젊은 경영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령 창업주 기업 M&A 통해 선순환 구조 구축해야
정부는 고용 창출의 대안으로 창업을 장려하고 각종 지원제도를 마련, 시행하고 있다. 중소기업 CEO들은 정부 정책에 고령의 기업가가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M&A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고려해주길 희망하고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젊은이든 대기업 퇴직자든 도전정신과 패기만을 앞세운 맨손 창업은 실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이들에게 창업자가 수십년간 공을 들여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한 중소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를 통해 젊은 기업가의 증가와 회사의 영속성 지속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며 "고령의 창업자는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피하고 자신의 노하우를 젊은 기업인들에게 전수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