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代)를 이은 뿌리기업'…가업 승계로 기술 지켜야
2017-11-28 16:08
중견 기업 5개 중 4개는 가업승계를 할 계획 없어
#조선선재(주)는 해방 직후, 작은 용접봉 제조소로 시작해 용접재료 대표기업으로 성장했다. 전통 범종 제작의 외길을 걸어온 성종사와 세계 최대의 목형 보관설비를 갖춘 태창금속산업(주)도 45년 안팎의 기업 연수를 자랑하며 기술을 발전시킨 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대(代)를 이은 뿌리기업이라는 것으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뿌리기업 명가'로 선정됐다.
제조업의 근본을 이루는 이들 기업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다.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며 한국 경제성장의 주역인 중소·중견기업 창업세대의 연령이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의 기술력을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가업승계는 멀게만 느껴진다. 가업승계는 기업을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것을 말한다. 가업승계지원제도에서는 가업승계를 '기업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소유권, 경영권을 다음 세대로 무상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78.2%는 가업승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견 기업 5개 중 4개는 가업승계를 할 계획이 없는 것이다.
상속·증여세 조세부담(72.2%), 복잡한 지분구조(8.8%) 등이 가업승계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독일 가업상속공제제도의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업상속 공제제도는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피상속인이 생전에 일정 기간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승계한 경우에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중견기업 창업자가 상속세 부담 때문에 외부에 회사를 매각하는 일을 줄이겠다며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 실적은 좋지 않다. 최근 5년(2011~2015년)간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 결정 건수는 연평균 62건에 불과했다. 반면 독일은 약 280배 많은 1만7000여건에 달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제도 운영실적 저조에 대해 적용대상이 한정적이고, 적용요건이 너무 엄격하다는 점을 꼽았다.
학계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이 기술력을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의 연속성이 필요하다"며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한 정책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