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인선' 아닌 '준비된 자'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내정자
2017-11-28 19:00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내정된 김태영(64)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 이사에 대한 은행업계의 평가다. 그는 지난 27일 열린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지난 15일 이경섭 NH농협은행장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이날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후보를 추전하는 날인데 김 내정자를 추천하겠다는 허락을 구하기 위해서다. 김 내정자는 웃음으로 답했다.
은행연합회 회장은 이사들이 추천하는 인사 중 가장 많은 의견을 얻은 이를 최종 후보로 내세우는 방식으로 선출한다. 이사회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10명의 은행장이 이사진으로 구성됐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17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하 회장은 "차기 회장 후보자로 추천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김 내정자는 "기회를 준다면 개인적으로 큰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섭 행장과 김 내정자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경섭 행장이 당시 직원일때 김 내정자가 담당 책임자였고, 이 행장이 대리일 때 김 내정자는 담당과장이었다. 지난 2006년에는 수신 부부장과 부장으로 함께 일했다.
부산 출신인 김 내정자는 1953년생으로 올해 만으로 64세다. 1971년 영남상고 졸업과 동시에 주산(수판셈) 특기생으로 농협에 특채됐다. '신의 경지에 이르렸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주산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주산을 잘한다는 것은 남들보다 업무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입사한 후 학업의 끈도 놓지 않았다. 일을 마친 후 곧장 야간대학교로 달려갔다. 이렇게 꼬박 4년 간 일과 학업을 병행했고 1975년 명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에는 농촌저축유공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입사 9년차, 일선 직원의 신분일 때였다. 도시근로자 재산형성을 목적으로 형성된 저축을 농촌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재원마련을 해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2008년에는 농협중앙회 신용대표 자리에 올랐다. 말단 행원으로 농협에 입사한지 37년 만에 거둔 성과다. 2010년엔 연임에도 성공했다. 연임 과정에서 잡음이 없던 것은 드문 일이었다. 꼼꼼한 일처리와 신중한 언행이 그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
2010년엔 은탑산업훈장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햇살론·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대출과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 친환경기업에 대한 여신지원 등 중소기업지원에 노력이 인정 받은 것이다.
이번에 은행연합회장에 김 내정자가 단독 추천된 것을 두고 깜짝 인선이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은행에 40년 넘게 몸을 담은 '금융통'으로 관련 지식이 깊고 발도 넓다고 평가한다. 김 내정자가 넉살 좋고 친화력이 좋은 인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내정자는 "은행 산업이 금융산업뿐 아니라 국가발전과 함께 이뤄지면 좋겠다"라며 "은행업권의 대변자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은행장들과 대화를 자주 나누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