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청원 23만… 靑 "실태파악부터 시작, 여성 권리 침해 공론화"

2017-11-26 18:33

청와대가 26일 낙태죄 폐지 청원과 관련해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 조사를 실시,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헌법재판소도 다시 한번 낙태죄 위헌 법률 심판을 다루고 있어 새로운 공론장이 열리고 사회적·법적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 청원이 이날 현재 23만명을 넘은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청와대는 청원 제시 한 달 이내 참여인 20만명을 웃돌면 관련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급이 공식 답변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낙태죄 관련 청원은 지난 9월 말 게시판에 올라왔다.

청와대가 임신중절 실태 파악을 천명함에 따라 8년 만에 관련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5년 주기로 진행했던 정부의 임신중절 실태 조사는 2010년 이후 중단됐다.

답변자로 나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형법상 ‘낙태’라는 용어의 부정적 함의를 고려,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이라는 표현을 썼다.

조 수석에 따르면 임신중절 추정 건수는 한 해 16만 9000건(2010년 기준)에 달하지만, 합법 시술은 6%에 불과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 해 불안전한 임신중절자 2000만명 중 6만 8000명이 사망했다고 공개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80%인 29개국에서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해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조 수석은 “태아의 생명권은 매우 소중한 권리이지만 처벌 강화 위주 정책으로 임신중절 음성화 야기, 불법 시술 양산 및 고비용 시술비 부담, 해외 원정 시술, 위험 시술 등의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 있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 여성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