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혁신성장' 끝장토론… 경제정책 방향 잡힐까
2017-11-27 00:00
내일 대통령 주재 전략회의… 장하성ㆍ김동연ㆍ홍종학 등 참여
이명박근혜 정부 정책과 차별화… 부처간 이견조율 최대 난관될 듯
이명박근혜 정부 정책과 차별화… 부처간 이견조율 최대 난관될 듯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타를 결정할 ‘혁신성장 전략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끝장토론 형식의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주재한다. 이 회의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및 장하성 정책실장 이하 청와대 주요 참모진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이 출격한다.
혁신성장론은 ‘소득주도성장·일자리성장·공정경제’와 함께 문재인의 정부의 ‘네 바퀴 경제론’의 핵심 퍼즐이다.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주재하는 것에는 적극적인 재정지출 및 공공투자, 최저임금 인상 등 ‘포스트 케인스주의 학파’의 소득주도 성장론이 정부 경제정책의 처음과 끝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불식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또한 혁신성장을 통해 양적·질적 성장 추구라는 정부 기조를 시장에 보내려는 시그널로 분석된다.
◆혁신성장 첫걸음 ‘개념 명확화’···키는 ‘민간’
애초 소득주도성장론이 정부의 우선 과제로 떠오른 것은 ‘소비 부진→투자 부진→고용 부진→소득 부진’ 등의 순환고리에 의한 경제 침체 우려 때문이었다. 초고령화·저출산에 빠진 한국 경제의 문제가 수요 부족에서 파생할 것으로 보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골자로 하는 수요 중심의 중장기 전략을 쓴 것이다.
정부 출범 직후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을 추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전문가들은 혁신성장의 구체적인 플랜 제시 여부가 정부의 경제정책의 방향타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지점이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등 정치적 수사를 넘어 ‘문재인표 성장론’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규제 샌드박스 외치면서 규제프리존은 ‘제동’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혁신성장의 키는 국내에서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수준이 아닌,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활동의 자유 보장 및 규제 합리화에 달렸다”고 밝혔다.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도 기자와 만나 “앞에 수식어가 붙는 성장론은 오히려 성장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장기적 생산성 유발 조치의 일환인 규제 개혁을 통한 생태계 조성 등 소프트웨어를 수반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근혜 정부의 ‘녹색성장’ ‘창조경제’ 수준을 넘어서는 혁신성장 담론을 제시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혁신성장 내용 면에서 혁신생태계 조성을 비롯해 △혁신 거점 구축 △혁신 인프라 강화 △규제 재설계 등은 이전 정부와 차별성이 많지 않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인 ‘규제 샌드박스’나 ‘테스트베드형 지역 특구’ 등의 순항 여부도 안갯속이다. 이는 새로운 제품 등이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제도다.
박근혜 정부의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사실상 같은 정책으로 평가받지만, 당·정·청은 지난 20일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규제프리존특별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한 지 6일 만이다.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법 통과에는 미온적인 셈이다.
정부가 이번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선제적으로 ‘중소·신산업·규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런 까닭에서 나온다. 마지막 난관은 ‘관료주의’다. 혁신성장을 놓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갈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부처 간 이견 조율이 혁신성장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