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근절 공정거래법 전망은②] 전속고발권 폐지·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담은 개정안, 모두 계류 중
2017-11-30 14:42
[법과 정치]
공정거래위원회 TF가 발표한 개선안 내용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18·19대에 이어 20대 국회가 내놓은 일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도 이번 공정위 TF가 발표한 전속고발권 폐지,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도입 등이 포함돼 있었다. 십 수년간 여야 의원들 간에 첨예한 논쟁을 거쳤던 쟁점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개정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68건의 개정안 가운데 5건을 뺀 나머지는 모두 계류 중이다.
◆ 18대 때부터 전속고발권 폐지 요구
공정위 TF 회의에서 나온 형사적 제재 대안인 전속고발권 폐지는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대립했다. 형사 제재 강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크다는 찬성 의견과, 기업활동 위축을 고려해 전면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대 의견으로 갈렸다. 여전히 쟁점이 많아 다음 달에 추가 논의가 될 예정이다.
공정거래법 제71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는 지난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이후 18대 국회에서 김영선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고발권을 공정거래위원회에만 인정하면 헌법상 피해당사자의 형사재판을 받을 권리와 재판절차상 진술권의 내용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면서 "독점규제법 위반행위의 피해자와 일반범죄 피해자 간의 차별대우로 인해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공정거래법 71조 삭제를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내용은 분명 지금까지 통과되지 않았지만 대안반영폐기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국회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정책협의회에서 제시한 내용을 상임위 대안으로 채택하기로 가결했고, 이후 법안심사소위는 당연히 진행되지 않았다.
이후 유사한 개정안이 한 번 더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도 김재원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공정위의 과도한 형벌권 행사를 견제한다는 취지로 공정거래법 71조를 삭제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상황이 재연됐다.
20대 국회가 들어서면서 지난해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33명의 의원들이 같은 이유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개정안을 같은 해 6월 발의했다. 같은 해 9월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역시 공정거래법 71조 1항을 삭제하자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채 의원은 개정안에서 "그간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행사에 미온적이기 때문에 반시장범죄에 대해 형사제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조사권한 부재 등 현실적 문제로 고발요청권 행사가 미진하여 ‘전속고발권 폐지’라는 당초 법 개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정무위는 당시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가 다른 제재 수단의 실효성 검토와 함께 포괄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어 다른 방안의 도입여부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입법정책적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심사하는데 그쳤다.
◆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등 민사 수단 도입될까
민사적 제재 대안인 사인의 금지청구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서는 필요성이 대부분 인정됐다.
이 역시 이미 20대 국회에서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박선숙 의원과 박찬대 의원은 사인의 금지청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각각 지난 6월과 8월 발의했다.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공정위의 시정조치·과징금 등의 행정적 제재만으로는 당사자의 실질적인 권리구제 또는 피해의 예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가 특정 법위반행위에 대하여 법원에 금지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공정한 시장경쟁질서의 효율적인 회복을 위한 사적 집행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8월 같은 취지로 사인의 금지청구 도입을 위한 법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며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지배적지위남용행위 금지 등의 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손해의 3배에 해당하는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마련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역시 계류 중이다.
◆ 과징금 부과 수준 상향
공정위 TF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이 부과하는 과징금을 현행 수준의 2배로 상향하는 것을 권고했다. 매출액 대비 과징금 부과 기준율 상한선을 높이라는 것으로, 불공정거래행위는 매출액의 2%에서 4%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은 매출액의 3%에서 6%로, 담합이 적발될 경우에는 10%에서 20%로 올리라는 것이다.
발의된 개정안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있다. 지난 7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불공정거래행위의 경우 매출액의 10% 이내(매출액이 없을 경우 20억원 이내)로 상향하고,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의 경우 매출액의 10%(매출액이 없을 경우 40억원 이내)로 각각 상향하라고 명시돼 있다. 기존 기준에 따라 부과되는 과징금이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 얻는 이익보다 적어 위반 사건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같은 달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을 남용할 경우 기존 매출액의 3%에서 5%로 상향해 과징금을 부과할 것을 요구했다. 또 기업의 불공정행위와 보복조치가 적발될 경우 과징금을 기존 수준인 2%에서 5%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과징금 상향 관련 개정은 지난 2004년 담합에 대한 과징금 부과율 상향 조정(5%→10%)이 전부다. 나머지 과징금 상향 수준은 2~3%에 불과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