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 ‘묶음 할인’에 국산 맥주 ‘맥 못추네’

2017-11-22 03:22

홈플러스에서 수입맥주 위주의 세계맥주 페스티벌이 진행 중이다. [사진= 홈플러스 제공]


사실상 ‘연중상시’ 운영 중인 마트·편의점의 수입맥주 할인 행사에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롯데주류 등 국내 맥주사들의 심기가 불편하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기업들은 홈술족(혼자 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 등의 증가로 유통채널 판매 비중이 해마다 늘면서 나름의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주류시장 유통은 음식점과 주점 등 유흥채널 비중이 압도적지만 최근 들어 가정판매 비율이 35%까지 치고 올라왔다. 수입맥주 열풍이 가정판매 비율 신장세를 견인했다. 실제로 이마트에서 올해 1~10월 국산과 수입맥주 판매 비중이 각각 51.2%, 48.8%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국산맥주는 오히려 6% 가량 판매가 줄었고 수입맥주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소비자들이 수입맥주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맛과 가격 경쟁력이다. 특히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수십여종의 수입맥주 가운데 마음에 드는 4캔을 골라 1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이는 유통채널에서 자체적으로 마진을 조절할 수 있어 가능한 가격이다. 4캔씩 묶음 구매를 유도해 판매량이 더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이와 달리 국산 맥주는 판매관리비와 영업비, 마케팅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 국세청에 신고한 출고가에 맞춰 세금을 매긴다. 각 유통채널에서 다시 최종 판매가를 매긴다. 주류회사가 마음대로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없다는 얘기다.

국내 시장에 자신만만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일본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 ‘에비수’도 결국 가격 경쟁력 때문에 콧대가 꺾였다. 매일유업의 자회사인 엠즈베버리지는 수입 판매 중인 에비스 캔맥주를 이달 30일부터 350㎖ 4캔에 1만원, 500㎖ 3캔에 1만원으로 할인 판매한다. 지난 9월 가정용 시장을 타깃으로 에비스 캔맥주를 선보이면서 묶음 할인 없이 제품을 내놨지만,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에 출시 석달 만에 마케팅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의 수입원가는 해당 회사 내부에서도 몇 사람만 알 정도로 보안에 신경쓰는데 관세청에 원가를 낮게 신고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다. 그만큼 싸게 들여왔으니 또 싸게 파는 것 아니겠냐”며 “소비자 입맛이 까다로워진 데다 수입맥주에 수제맥주 열풍까지 불어 위협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