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소수정부보다는 재선거가 낫다"…독일 정치적 불확실성 ↑

2017-11-21 11:16

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연립정부 협상 실패 후 베를린에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공영방송 ARD에 출연해 소수 정부는 매우 회의적이라고 밝히고 재선거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재선거에서도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의 총리 후보로 나서겠으며 "새로운 선거는 더 나은 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AP ]


 

독일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연립정부 협상이 실패 뒤 소수 정부 보다는 재선거를 선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독일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 메르켈 "소수 정부보다는 새 총선" 

지난 9월 총선이후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 (CSU) 연합은 연정 구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전날 오후 6시를 협상기한으로 CDU-CSU, 자유민주당(FDP)과 녹색당은 연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친기업성향의 자유민주당은 좁혀지지 않는 차이점이 있다면서 연정 구성 협상에서 철수했다. 

연정 구성 실패 뒤 독일 공영방송인 ADR와 가진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는 "나는 새로운 총선이 더욱 나은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소수정부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메르켈 총리는 재선거에서도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의 총리 후보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전날 오후 6시를 협상 기한으로 설정하고 진행된 연정 구성에서 각 당들은 난민, 세금, 기후변화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연정 구성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9월 총선이후 급격히 세력이 약화됐다. 난민 문제로 인해 우파정당이 힘을 얻으면서 메르켈의 여당이 다소 수세에 몰렸기 때문이다. 연정까지 무산되면서 여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메르켈의 이전 연정 파트너였던 사민당 역시 이번에는 기민·기사 연합과 손을 잡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새로운 총선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 우파의 세력확대와 경제 타격 우려 

새로운 선거를 치를 경우에는 이번에 국회입성에 성공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정당 (AfD)이 9월에 얻었던 13%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연정 실패로 메르켈 총리의 지도력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지난 선거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극우 정당에 투표하는 유권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연정 구성 실패는 유럽 전반에 영향을 끼칠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유로존 개혁 작업과 영국의 브렉시트 등 난제가 산적해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의 수장 격인 독일이 중심을 못잡을 경우 혼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차기 메르켈 정부는 지출을 늘려 소비와 국가지출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9월 총선 유세에서 2010년부터 경제 성장는 탄탄하게 성장해왔으며, 낮은 실업률 등을 들어 지지를 호소해왔다. 경제학자들은 메르켈 총리가 감세,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 부양 등 더 친기업적인 정책을 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에릭 슈바이처 독일상공회의소 대표는 로이터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독일의 미래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들이 장기간 동안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미뤄질 위험이 있다"면서 "독일 기업들은 이제 오랫동안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며, 이것(불확실성)은 언제나 경제를 힘들게 한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총리 사임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으나, 메르켈 총리는 안정된 정부 건설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같은 예측을 일축했다. 총선에서도 당을 이끌겠다 천명한 메르켈 총리는 “나는 두렵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