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예산통제 논란에 전문가들 "관치해결 더 시급"
2017-11-20 19:00
전문가 진단
금융감독원의 예산 통제권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충돌하고 있다. 금감원이 투명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재정당국의 통제권이 확보돼야 한다는 기재부의 주장에, 금융위는 업무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감원의 투명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관치'부터 뿌리뽑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조만간 금감원의 감독분담금을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한다.
감사원이 "금융위가 재정당국의 통제를 차단한 채 금감원의 방만한 조직과 인력 운영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후 금감원의 예산을 둘러싸고 논란이 촉발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치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시장과 정부연구센터 소장)는 "(독립성과 관련해) 금융위의 주장이 원칙적으로 맞다"면서도 "다만, 예산이 국회 심의를 받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예산 통제권을 가지면 금감원의 감독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국제 기준이 제시하는 예산 편성의 자율권을 부여해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금융위에서 예산을 승인하고 있는 점에 비춰, 방만하게 운영한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적정한 의견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며 "더군다나 감독분담금은 금융기관이 내는 점에 비춰 정부 기금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 교수는 "관치 금융을 없애고 금융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정부가 금감원에 간섭하면 안 된다"며 "금감원 예산의 상당 부분이 금융기관의 회비를 징수해서 운영을 하는데 이를 두고 정부 조직이 영역 다툼을 하는 것은 관치 금융 청산이라는 대명제 앞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97년 금융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관치 금융이었고 금융정책국을 통해서 금융을 좌지우지한 재정경제원을 해체한 이유다"며 "IMF가 우리나라에 자금을 제공할 때 독립된 금융감독체계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는데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