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과 KB국민은행장 분리를 결정지을 KB금융그룹의 임시 주주총회가 20일 개최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비롯한 총 4개의 안건이 이날 주총 의안으로 상정됐다. 이 중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KB노협)가 올린 2개의 안건이 통과될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노협은 지난 6일부터 KB금융 주식을 3000주 이상 소유한 일반주주와 1주 이상 소유한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장을 받았다. 상정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한 조치다.

노조는 직접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건과 이사회 내 위원회에서 대표이사(회장)를 배제하는 내용의 정관개정 안건을 올린 상태다. 추천 사외이사로는 하승수 변호사를 꼽았다.

시장 반응은 다소 엇갈리지만 두 안건이 모두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추천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과거 정치 경력이나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이 금융지주 이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며 반대 의견을 낸 상태다. KB금융은 외국인 주주 비중이 70%에 육박해 ISS의 분석이 주효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지분율 9.79%)이 해당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통과는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의결권 자문사들과는 다른 결정을 내려 일단 주목은 받았지만, 키는 외국인 주주들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대표이사를 각종 위원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지배구조위원회.감사위원회.평가보상위원회 등)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내놨다. 인사권 제한은 과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연금기금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는 "지주회사 대표이사가 지배구조위원회에서 배제돼 계열사 대표이사 자격요건 설정 등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해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노조는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섰다. 사외이사 선임의 경우 의결권 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 참석주주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관 개정은 의결권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한편 윤 회장은 지난 9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노조와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이날 주총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KB금융 노조는 내부적으로 윤 회장의 연임 찬반 여부를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에 사측이 개입했다며 윤 회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지난 3일 KB국민은행 본사 압수수색도 벌어졌다.

다만 설문조사가 객관적 인선 절차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만큼 윤 회장은 연임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KB금융 측은 내다봤다. KB금융 관계자는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