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결제망 확대하는 대형 유통사 … 밴업계 줄도산 위기

2017-11-16 09:49

신용카드 결제 업무를 대행하는 밴(VAN)사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기존 밴 중심의 카드결제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결제방식을 카드사들이 직접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수십년간 매년 1조원 가까운 결제 수수료를 거둬들인 밴사들은 사실상 수익이 반토막 날 처지에 놓였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KB국민카드 등은 홈플러스, GS홈쇼핑, 하이마트 등 대형 가맹점과 ‘다운사이징 밴’ 도입을 위한 전산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다운사이징 밴은 기존 결제 시스템과 유사한 IT 프로세스를 규격화한 별도의 전용시스템을 구축하고, 고비용 부수업무를 배제해 비용을 낮췄다. 밴사들이 직접 수거하는 전표를 온라인으로 대체해 밴수수료를 낮춰, 가맹점에 수수료율 인하 등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다운사이징 밴은 지난해부터 추진됐다. 농협하나로마트가 ‘직승인 카드결제망 전환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첫 도입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금융위가 ‘여신전문금융업법 상 리베이트 금지 조항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밝히며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카드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카드업계가 적극 건의하자 금융위는 카드사와 가맹점 간 리베이트 소지가 없고 정보보안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기존 밴 중심의 카드결제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결제방식을 허용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이에 카드사들이 대형 유통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다운사이징 밴 시스템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밴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전표매입 수수료에 의존해 온 밴사는 수익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밴대리점들이 각 가맹점에서 전표를 수거해서 받게 되는 전표수거비는 결제 1건당 30~40원 가량이기 때문에 사실상 밴업계는 연간 1조원 가량의 수익 중 30% 가량의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상황이 이렇자 밴 대리점협회인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지난 7월 말 신한카드에 전표 직매입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신규가맹점 모집과 관리업무를 일체 중단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프라인 중심의 밴 시스템은 사실상 핀테크 확산으로 인해 조금씩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며 “어느나라에도 없는 밴 시스템으로 높은 밴수수료를 지불했던 카드사들의 지출이 차츰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