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예산전쟁 백태…與野·상임위 죄수의 딜레마
2017-11-13 07:49
적폐청산을 기치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 전쟁이 막을 올렸지만, 초반부터 법률 위배 논란과 함께 ‘묻지마식 예산 증감’, 영·호남 홀대론을 앞세운 ‘지역주의 망령’ 등 구태 정치의 함정에 빠졌다.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소위원회가 본격 가동하는 이번 주 ‘내로남불’ 예산전쟁 백태는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각 상임위원회에선 예결위 삭감을 전제로 ‘예산 증액 제1라운드’를 마친 상태다. 여야와 상임위가 ‘죄수의 딜레마’에 휩싸인 셈이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13일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를 마치고 14일부터 소위원회 심사에 돌입한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의 도입으로 예산안이 매년 12월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만큼, 예산소위는 11월30일까지 여야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합의 실패 땐 정부 예산안과는 별도로, 여야 별도의 예산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표결하는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내로남불 예산전쟁 백태의 첫 번째는 법률 위반 논란이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매년 벌어지는 구태 중 하나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예산이 낮다는 지적이 일자, 뒤늦게 증액 전쟁에 뛰어들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해 “혁신성장 동력 예산을 추가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429조원의 초슈퍼 예산의 플러스 알파(α)를 예고한 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도 혁신성장 예산은 2조1568억원으로, 올해 대비 7431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 관련 예산 약 19조원과 비교하면, 10%에도 못 미친다.
예산 총괄 부서인 기획재정부는 혁신성장 투자 내용(4차 산업혁명 연구개발 지원 등)만 명시했을 뿐, 혁신성장 예산을 따로 편성하지는 않았다. 당·정 내부에서조차 혁신성장의 범주가 불명확한 게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당의 월권이 아니냐는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소득주도 성장이 어려워지자 혁신성장을 들고 나왔다”고 꼬집었다.
◆SOC 예산, 지역주의 논란···상임위 ‘묻지마 증액’ 여전
예산 편성 때부터 논란이 된 사회간접자본(SOC)을 놓고는 야권이 ‘증액 총대’를 멨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건강보험 △기초연금 △아동수당 △좌파시민단체 지원 △북한정권 퍼주기 등을 ‘7대 퍼주기 예산’으로 규정한 뒤 SOC 및 안보예산 증액을 천명했다.
특히 SOC 예산은 지역 홀대론과 맞물려 정치권 정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예산 전쟁이 막 오른 직후 한국당은 ‘영남홀대론’, 국민의당은 ‘호남홀대론’을 각각 주장했다. 내년도 SOC 예산은 17조7000억원으로, 20%가량 줄어들었다.
게다가 기재부가 내년도 지역 SOC의 계속비 사업 예산을 50% 이상 삭감,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국회 등에 따르면 내년도 특별회계(교통시설·지역발전)상 지역 SOC 계속비 예산은 5635억원이다. 지난해 국회 확정 예산액 1조2138억원이 반 토막 난 것이다.
통상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비 사업은 계속 추진했다는 점에서 예산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권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SOC 예산은 지역구 민심의 바로미터”라며 사활 건 전쟁을 예고했다.
‘상임위 증액→예결위 삭감’ 구태도 여전하다. 국회 국토교통위는 지난 9일 예비심사에서 철도 건설(5594억원)과 고속도로·국도(4984억원) 건설을 포함, 2조3600억원가량을 증액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1조92억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1조1932억원을 각각 늘렸다. 어차피 예산소위 과정에서 삭감이 불가피하니, 일단 증액하고 보자는 식이다.
예산 부수 법안도 논란거리다. 민주당은 개혁 과제의 입법 차질이 불가피하자, 기초연금법을 비롯해 장애인연금법, 아동수당법 등 세출 예산안의 예산 부수 법안 카드를 꺼낼 태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예산 집행의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야권이 ‘상임위 패싱권’인 우회로를 ‘꼼수’로 규정할 경우 예산 정국 자체가 스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