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신남방정책 본격 시동…청와대 "아세안은 제2의 중국"

2017-11-09 16:16
중국 의존도 줄이며 아세안과의 교역규모 2021년까지 中수준 확대

문재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오후 자카르타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한 축인 신(新)남방정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신 남방정책은 신 북방정책과 짝을 이루며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완성하는 개념으로,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주창해온 대외경제구상의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인도네시아 주요 경제인들이 참석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인도네시아와의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향과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상호 경제발전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 “더불어 잘사는” 협력모델을 만들어 갈 것을 제안하고, 이를 위한 6대 협력방향을 밝혔다.

한-인니 경제협력위원회 등 장관급 경제협의체를 발전적으로 재편하고, 정상회담 시 양국 정부 간 ‘산업협력MOU’, ‘보건협력MOU’, ‘교통협력MOU’를 체결해 민간 경제협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제조업과 자원개발 중심의 협력에서 4차 산업혁명, 방위산업, 환경산업, ICT 등으로 협력의 지평을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자동차, 철강‧화학 분야 등 기간산업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특히 양국 정부가 자동차 분야 교역·투자협력 확대를 위해 협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또 양국이 전력 공급, 서민주택 보급, 상하수도 시설 및 경전철 등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사람 중심의 협력’을 확대하고, 중소·중견기업이 주체가 되는 협력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사업의 예산과 인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양국 중소기업의 무역비용 절감을 위해 통관 간소화 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화석연료와 기초 원자재 중심의 교역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기계, 소재·부품, 소비재, 친환경 상품 등의 교역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양국 간 교역액을 2022년까지 300억 달러로 확대해 나가자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아세안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격상하는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도 밝혔다.

먼저 상품교역 중심의 한-아세안 관계를 기술과 문화예술, 인적 교류로 확대하고 교통, 에너지, 수자원 관리, 정보통신 등 아세안 국가가 필요한 부분부터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사람(people) 공동체’, 안보 협력을 통해 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평화(peace) 공동체’, 호혜적 경제협력을 통해 함께 잘사는 ‘상생협력(Prosperity)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아세안은 한국에 있어 제2위 교역대상국이자 제2위 투자지역일 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1위 국가(매년 600만명)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과거처럼 값싼 노동력과 비용이라는 장점을 가진 '생산기지'로서가 아니라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성장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청와대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현 정부 대외기조의 종축은 '평화축'이며 횡축은 '번영축'"이라며 "아세안은 바로 새로운 번영축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김 보좌관은 특히 아세안과의 교역규모를 2021년까지 2천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겠다"며 "이는 지금의 중국 수준으로 교역규모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세안은 앞으로 우리에게 제2의 중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대 아세안 시장진출 구상이 대기업 주도가 아니라 중소기업이 중심이 된다는 점이다. 동남아 10개국이 참여한 경제공동체인 아세안은 국가별로 '세분화'된 시장의 성격을 띠고 있어 우리나라의 중견·중소기업들이 진출하기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시장을 전세계로 넓히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양국 경제인들이 머리를 맞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및 포럼 행사에 대해 “이번 행사를 통해 양국은 그간 다소 침체되었던 경제협력의 활력을 되찾고, 교역과 투자를 다시 확대하기 위한 모멘텀을 만든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양국에서 IT, 기간산업, 에너지, 소비재, 금융,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참석해 상호 비즈니스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특히 문 대통령이 자동차, 경전철, 신도시, 5G, 에너지 자립섬 등 한-인니 경제협력의 새로운 분야를 제시하고 이러한 분야의 양국 기업·기관들이 라운드테이블과 포럼을 통해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미래지향적 경제협력 관계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구축된 인니 경제인과의 네트워크를 유지·발전시켜 한국기업의 대 인도네시아 투자와 수출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