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 FTA' 조용한 압박…"RCEP 등 메가 FTA로 극복해야"

2017-11-08 15:2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박2일의 방한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우리나라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조용한 압박을 가했다.

7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FTA에 대해 짧게 언급한 데 이어 8일 국회연설에서는 이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한·미 FTA에 대한 압박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판단할 수 있으나, 개정협상 착수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상황에서 '폐기' 등 강한 발언을 하는 식의 악수를 피한 것일 뿐, 미국의 입장은 명확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가진 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한·미 FTA는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 좋은 협상은 아니다"라며 "자유롭고 공정하며 호혜적인 무역협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비교해 자극적이지 않은 발언이지만, 한·미 FTA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담아 묵직한 한 방을 날린 것이다.

앞으로 한·미 양국은 각각 국내법에 따라 공식적인 FTA 개정협상의 사전 절차를 밟게 된다.

양국 정상이 한·미 FTA 개정협상 관련 협의를 신속히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여러 단계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개정협상 개시 선언은 빨라야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다만 협상이 잘 풀리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한·미 FTA가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 개정은 양측 합의가 필요하지만, 폐기는 한쪽의 서면통보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개정' 등 일방통행식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메가FTA' 체결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아·태 지역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인 RCEP는 싱가포르 등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인도·호주·뉴질랜드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메가FTA다. 타결된다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 협정의 영향을 받게 된다.

2013년 5월 첫 협상이 개시된 이후, 그동안 20차례 공식협상과 8차례의 장관회의가 열렸다.

특히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환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등이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사실상 좌초된 것에 반해 RCEP는 현재 진행되는 주요 다자간 협정 가운데 유일하게 순항 중이다.

지난 6일 '자유롭고 포용적인 통상을 위한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이란 주제로 열린 '2017 통상 국제콘퍼런스'에서도 보호무역주의 극복 대안으로 메가FTA가 거론됐다.

피터 페트리(Peter Petri) 브랜다이즈대 교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주축이 돼 TPP, RCEP 등 지역 간 무역 협정을 추진해 역내 무역 자유화를 가속화하고, 향후 통상 규범을 선도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프리 숏(Jeffrey Schott)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역시 "한국은 미국·유럽연합(EU)과 수준 높은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복수국 간 협정에 참여,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