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지훈, "연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배우"
2017-11-07 18:58
"연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었이든 될 수 있죠. 이번에도 진짜 검사로 보이기 위해 직접 모든 옷을 사서 입고 코디했어요.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그 인물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최근 MBC 주말드라마 '도둑놈 도둑님'을 끝낸 김지훈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배우 김지훈(36)은 어느덧 데뷔 16년 차다. 지난 2002년 드라마 '러빙유'로 데뷔한 김지훈은 '며느리 전성시대'(2007), '연애결혼'(2008), '천추태후'(2009), '이웃집 꽃미남'(2013), '결혼의 여신'(2013), '왔다! 장보리'(2014), '우리집에 사는 남자'(2016) 등에 출연했다.
"6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집중해서 촬영해 홀가분하기도 하고 시원섭섭합니다. 오랜만에 장편을 했더니 역시 장편드라마는 만만치 않다는 걸 다시한번 느꼈네요. 중간에 파업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무사히 마무리해서 다행이에요."
이이어 그는 “이번에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거든요. 흥행이 부진하지 않았지만 조금 더 사람들의 관심을 가지고 조금 더 뜨거운 반응을 가지진 못했죠. 일단 그런 거 같아요. 여태 16년 했는데 당장 그만둘 것도 아니고 최선을 다해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계속 깨질 때까지 던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도둑놈 도둑님’도 결과가 제 성에 차지 않을지언정 후회가 남진 않아요"라고 종영소감을 덧붙였다.
“일단 역할이 쉽지 않았어요. 감정의 깊이가 너무 깊은데 준희의 아픔을 눈빛으로 말해야 하잖아요. 연기자로서 다행인 부분은 작가님께서 이 인물을 차근차근 잘 쌓아주신 거 같아요. 아역때 아버지가 동생을 데려오고 엄마가 죽고 이런 과정들이 탄탄하게 설명됐기 때문에 몰입하기 수월했어요. 어쨌든 가족의 화합 메시지가 있는 드라마인데 결국 용서하고 화해하고 그런 부분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호흡은 한차례 형제로 출연한 적이 있었던 배우 지현우와 맞췄다. 2005년 드라마 ‘황금사과’에서 사남매 중 복수심으로 가득 찬 둘째 경구 역을 맡은 김지훈은 정의로운 셋째 경민 역의 지현우와 대비를 이뤘다. 그로부터 12년 만의 재회에 그는 “그간 왕래를 한 게 아니었는데 오랜만에 친척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 때문일까? 드라마를 찍는 내내 가장 호흡이 잘 맞았던 배우로 그는 역시 지현우를 꼽았다.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서로 신뢰감이 쌓인 채 시작할 수 있었고 돌목이와 준희로 서로 편했어요. 제가 편했으니까 그 친구도 편했겠죠?(웃음)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의지도 되고 편하게 했어요.”
드라마 방영 내내 그의 패션은 화제의 중심이었다. 깔끔하고 절제된 검사 패션은 그의 댄디한 이미지와 잘 어울렸다는 평가다.
"정장을 입고 촬영장에 가면 그 역할이 내게 입혀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나도 빠져들고 보는 사람도 빠져들게끔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라고 입을 연 김지훈은 검사 패션을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검사라는 스타일이 그렇게 보여줄 게 많지는 않아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검사라는 직업을 직접 경험해보진않았지만 최대한 진짜 검사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슈트를 직접 90% 이상 내옷으로 입었어요. 정장을 맞출때도 요즘 유행하는 핏되는 스타일보다 루즈하고 통이 넓은 옷으로 제작했죠. 진짜 검사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검사가 쓸 수 있는 타이와 정장의 색깔이 한정적이라 그 좁은 폭안에서 그나마 그래도 더 스타일리쉬해보일 수 있는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좋게 봐주신 분이 있다면 노력한 만큼 성과가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하하"라며 미소를 보였다.
헤어스타일도 처음에는 샵을 가다가 아무래도 샵을 갔다오니 인위적인 느낌이 나서 헤어샵도 가지 않았다고 한다.
"검사를 떠나서 직장인이 회사에 출근하면서 샵을 다녀오는 경우는 없잖아요? 캐릭터에 몰입하기 어려울 것 같아 머리를 직접 만졌어요. 샵에서 디자이너가 만진 머리보다 자연스러운 일상적인 느낌이 나는 그런 헤어스타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스타일이나 패션에 접근했죠.
공교롭게도 그가 소화해낸 법조인 캐릭터만 여섯이라 언뜻 겹쳐보일 수도 있건만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덕에 그의 모습은 늘 새롭다.
‘도둑놈 도둑님’ 이후 김지훈은 휴식에 들어간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역모-반란의 시대(감독 김홍선, 제작 피카소)’ 홍보 활동 외에는 일정이 없다. 역모-반란의 시대에서 그의 액션 장면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우선영화에 대해 김지훈은 "2년 반 전에 찍은 영화에요. 얼마 전에 제작발표회를 하는데 찍은 지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나더라요. (웃음) 사실 개봉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인데 개봉 날이 잡혀서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합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그의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어떤 역할을 원할까?
"연기자로서 ‘올드’한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게 가장 큰 숙제에요. 미니 시리즈처럼 트렌디한 작품을 하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로 달달한 역할도 환영입니다. 제가 로맨스를 못할 것 같다는 말씀도 하시는데 전 어떤 역할이든 자신있어요. 하지만 주말극 출연 제의가 훨씬 더 많이 들어오는 게 현실이라 이미지가 고정될까봐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지금도 내가 하고 싶은 장르의 작품을 기다려서 도전할지, 흥행이 보장된 주말 드라마를 골라서 할지 늘 선택이 어렵네요."
MBC ‘라디오스타’나 JTBC ‘크라임씬’에 출연한 것도 올드한 이미지를 깨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고 김지훈의 재 발견이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얻었다.
"왔다 장보리도 그렇고 지금까지 출연했던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어머니 세대가 시청자의 대부분이었죠. 그렇다 보니 드라마로는 쌓아온 이미지를 깨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고 예능에 자주 출연하게 됐어요. ‘라디오스타’나 ‘크라임씬’을 통해서 어린 친구들이 팬으로 유입된 게 느껴져요. 예능 출연이 이미지를 바꿔 가는 과정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어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죠. 준비된 배우, 어떤 역이든 어울리는 배우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