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베일 벗은 ‘노원 제로에너지주택’ 가보니…“냉난방비 걱정 제로!”
2017-11-05 10:10
- 냉난방, 급탕, 조명 등 에너지 소모 제로화…“기후변화 대응 효과적”
- 기본 내부 마감 불량 및 비싼 관리비 문제는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
- 기본 내부 마감 불량 및 비싼 관리비 문제는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
“마치 갑옷을 입고 있는 집 같아요.”
지난 3일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위치한 ‘노원 제로에너지주택’에서 만난 한 예비입주자는 태양광패널을 이곳저곳에 두르고 있는 단지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단지 옥상을 비롯해 상면과 횡면 등을 뒤덮고 있는 태양광 패널만 총 1276개로 130여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407MWh)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노원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파트와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 전용면적 39~59㎡, 총 121가구 규모 임대주택 단지에 냉방과 난방, 급탕, 조명, 환기 등 5대 에너지 소모 제로화를 목표로 총사업비 490억원을 투입했다.
이날은 지난 10월 입주자로 선정돼 이달 말 입주를 앞둔 고령자와 신혼부부 등 예비입주자의 사전점검이 진행된 날이다.
실제 단지는 태양광 발전시스템 이외에도 지열히트펌프 시스템, 열회수형 환기장치 등 고효율 설비기술을 적용해 건설됐다. 특히 삼중 창호와 내화성능 외단열 자재로 단지 전체를 둘러 열 손실을 방지해 기존 주택 대비 에너지 요구량의 61%를 절감하는 등 적은 에너지 사용만으로 여름철 26도, 겨울철 20도의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사실상 전기콘센트를 통해 사용하는 에너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 및 소비할 수 있어 연간 난방비가 20만원대까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노원구의 한 관계자는 “실험용 주택을 통해 측정한 결과, 지난 겨울 동안 실험주택의 난방에너지 사용량이 일반 주택 대비 96.9% 절감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거비 부담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으로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대응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로에너지 실현에만 신경 쓴 나머지 일반적인 내부 마감 등을 놓고는 하자가 많다는 예비입주자의 지적이 쏟아졌다.
아파트형 제로에너지주택에 입주할 예정인 이모씨(32·여)는 “국내 최초로 고비용, 고효율 자재 등을 사용해 제로에너지화를 추진하는 것은 좋지만, 기본적인 벽지와 바닥 등 마감 불량 문제가 대부분 가구에서 발생했다”며 “사전점검 한 시간 동안 하자보수 스티커를 30여곳이나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제로에너지주택의 비싼 관리비도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노원 제로에너지주택 아파트형(전용 49㎡ 기준)의 경우 임대보증금 최대 전환 시 1억2500만원에 월 임대료 17만4000원으로 거주가 가능하다.
그러나 태양열과 지열 등을 이용하는 제로에너지주택의 특성상 고층으로 주택을 지을 수 없어 인건비와 시설물 유지관리비 등이 포함된 관리비가 가구당 15만~20만원까지 치솟는다. 기존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단지 면적 대비 가구수가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올 연말 이사를 계획했던 박모씨(30)는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포함하면 월 40만원까지 주거비용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고 입주를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며 “임대주택임에도 서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이미 입주를 포기하겠다는 이들도 여러명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