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인슈어테크 혁명
2017-11-05 19:00
이학상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대표이사
보험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인슈어테크로 단순히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보험 산업의 구조 자체가 변할 수도 있는 만큼 급변하는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돈다. 나중에는 같은 보험사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핀테크 기업 등과 직간접적으로 경쟁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인슈어테크로 인한 변화의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우선 기존 보험설계사나 보험사의 역할이 점차 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직접 인터넷으로 보험 상품을 비교하고 가입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보험설계사는 단순히 보험 상품 판매를 넘어 종합적인 자산관리사로서의 역량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보험사들은 본래 업무인 질병이나 사망, 노후를 보장해주는 것을 넘어 빅데이터와 ICT 기술을 접목해 고객들의 건강관리에 나서며 보험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생명보험사 오스카(Oscar)는 가입 고객에게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나눠준 뒤 건강관리에 힘쓰는 고객들이 목표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건강진단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헬스케어 서비스로 유명하다. 지난 몇 년간 유럽과 중국 인슈어테크 보험사들의 약진도 상당하다.
국내 보험업계도 위기감을 갖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모바일 보험서비스, 간편결제 서비스, 바이오 인증, 챗봇 등이 대거 도입됐다. 일부 인터넷보험은 고객의 건강상태를 세분화해 정기보험료를 차등 할인해 주거나 금연, 백신 접종 등 사전에 질병 예방을 하는 고객에게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보험 상품 개발 시 건강 관련 빅데이터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헬스케어 보험에 관한 가이드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향후 관련 규제가 풀리면 본격적인 인슈어테크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하지만 제도와 금융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인슈어테크의 본질은 결국 우리 소비자들에게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앞으로 보험업계는 인슈어테크 시대를 맞아 소비자지향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긴 시간 성장정체를 겪고 있는 국내 보험시장의 발전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발상의 전환과 혁신을 위한 고민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