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축전외교' 관계복원 조짐

2017-11-02 19:18
시진핑, 김정은 축전에 답전 '평화안정 기여' 언급
북한에 고위급 공산당 대표단 파견 가능성 주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축전에 답전을 보내 새로운 정세에서의 북·중관계 발전과 지역의 평화·안정 기여를 언급했다. 북한과 중국이 서로 축전과 답전을 주고받으며 본격적인 관계 복원에 시동을 거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일 "김정은 동지께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습근평(시진핑) 동지가 1일 답전을 보내왔다"며 시 주석이 보낸 답전의 전문을 공개했다.

북한이 시 주석 답전의 전문을 공개한 것은 지난해 7월 북·중조약 체결 55주년을 맞아 보냈던 축전 이후 15개월여 만이다.

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얼마 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위원장 동지가 중국 공산당 제19차 대회가 진행되고 내가 다시금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선거(선출)되고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취임한 것과 관련하여 각각 축전을 보내준 데 대하여 나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를 대표하여, 그리고 나 자신의 이름으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위원장 동지에게 진심으로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새로운 정세 하에서 중국 측은 조선 측과 함께 노력하여 두 당, 두 나라 관계가 지속적으로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도록 추동함으로써 두 나라 인민들에게 더 훌륭한 행복을 마련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공동의 번영을 수호하는데 적극적인 기여를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연임된 시 주석에게 보낸 축전에서 "중국 인민은 습근평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영도 밑에 새 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의 길에 들어섰다"며 "나는 조·중(북중)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두 나라 인민들의 이익에 맞게 발전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북·중 양측의 최고지도자가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 대회 폐막 이후 '축전외교'를 본격 가동하면서 냉랭했던 양국 관계가 점차 풀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모두 '두 당', '두 나라' 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언급하면서 중국이 당대회 결과 설명을 위해 고위급 공산당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해 소통채널의 복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북·중 양측은 집권당의 중요 회의 이후 상대 측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해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당대당 외교의 전통을 가지고 있어 중국이 조만간 공산당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할 가능성도 있어 보여 주목된다.

중국은 2012년 제18차 당 대회 직후 리젠궈(李建國) 당시 공산당 정치국원 겸 전인대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북한에 보냈다. 북한도 지난해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 직후 리수용 당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노동당 대표단을 중국에 보내 대회 결과를 설명했다.

특히 시 주석은 방중한 리수용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그러나 북한과 중국이 '축전 외교'를 통해 관계복원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지만, 과거 '혈맹'으로 평가되던 수준으로까지 관계 회복을 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운 시 주석은 제2기 체제를 막 시작한 시점에서 국제규범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를 준수해야만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특히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주고받은 전문에는 양국관계가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역사적 관계라는 평가가 빠져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7월 김정은의 국무위원장 추대 축전을 비롯해 과거에 보낸 전문에서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라는 식의 표현을 꼭 넣었다.

김 위원장도 지난해 7월 '북·중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 체결 55주년 축전에서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는 조·중친선"이라고 밝히는 등 양국관계가 전통적 관계임을 강조했지만 이번에 보낸 축전에서는 그같은 표현이 자취를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