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범 기자의 부동산 따라잡기] 겨우내 깊어질 '다주택자'의 고민
2017-10-31 15:59
사실 다주택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진 것은 이미 지난 8월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부터입니다.
당시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내 양도세 중과, LTV 및 DTI 강화 등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다양한 방안들을 펼쳤지만, 이들의 매물은 많이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다주택자의 근본적 돈줄을 죄는 정책들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앞선 '8·2 대책'의 아쉬움을 의식이라도 하듯, 이달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다주택자를 압박하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냈기 때문이죠.
이번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은 정부가 다주택자의 무분별한 추가 대출을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종전 DTI를 강화한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의 도입은 다주택자들에게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죠.
현재 DTI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기존 대출의 경우 이자 상환액만 반영되지만, 신DTI는 기존 대출 원리금 상환액까지 포함돼 대출한도가 결정되기 때문이죠. 집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의 경우 추가 대출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때문에 연내 다주택자들의 매물도 상당수 출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물론 '버티기 모드'를 고수하는 다주택자들도 있겠죠. 하지만 이들 역시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합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반년도 채 안 됐는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도를 점점 높여나가고 있으니까요.
버틴다 해도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정부의 의도대로 임대주택 등록에 나서느냐, 아니면 정말 순수하게 버티느냐의 선택을 또 해야 합니다.
물론 정부가 지난 8·2 대책을 통해 임대주택의 경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내달 '주거복지 로드맵'에나 담길 예정입니다. 다주택자들이 섣부르게 임대주택 등록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죠.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는 끝까지 버티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특히 서울과 같은 인기지역의 경우 주택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일리 있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다주택의 자산이 상당히 여유 있는 경우에만 해당되겠죠.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의 정책들이 모두 내년 초부터 본격화됩니다. 선택지는 많지만 난이도가 모두 만만치 않습니다.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올 겨우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