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중국의 대북제재 강화 이유
2017-10-19 10:13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2375호 결의안 통과 후 중국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북 석유제품 수출 금지, 북한기업에 대한 계좌개설 중지에 이어 북한 노동자의 비자갱신도 중단시킴으로써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해외 노동자 송출까지 틀어막았다.
또한 북한이 중국에 설립한 합자기업과 독자기업들에 결의안 통과 120일 이내에 회사 폐쇄를 명령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일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은 계속 북한을 비호할 거라고 전망해 온 상황에서 북·중 관계의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일지, 또 이것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를 주목하는 것이다.
필자는 중국의 전략적 변화라기보다는 일종의 전술적 변화로 보고 있다. 즉, 중국의 한반도 인식과 정책의 기본 틀은 변하지 않았다. 북·중 관계를 규정하는 상위구조이자 대국 관계의 핵심인 중국의 대미(對美)인식과 정책의 기조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新)중국 성립 약 100주년인 2050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은 정권과 무관하게 절대로 변동될 수 없는 중국의 지상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중·미 관계의 안정은 필수적이다. 아울러 주변지역을 점차 자기 세력화하려는 중국에게 한반도는 상황에 따른 안정적 관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미국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종국적으로는 한반도를 미국의 영향권에서 떼어내려는 것이다.
이처럼 쉽지 않은 목표를 위해 중국은 이제까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전술을 조정해왔다. 최근 북한에 대한 입장이 강경모드로 흐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대북제재 강화 카드를 빼든 데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원의 고려가 있다. 우선 미·중 관계 차원이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직후 중국 정계에서는 중·미 관계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미국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가 안정됐다는 안도감과 함께 미국의 대중여론 악화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김정은 정권의 빈번한 핵과 미사일 실험, 그리고 미국 본토를 점차 사거리에 두려고 하는 상황이 얼마나 미국을 자극하는지 잘 알고 있다.
선과 악의 이분법에 따라 미국이 북한에 무력을 가할 경우, 중국이 직면할 위기도 파악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문제에 관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압박하는 상황에 일정하게 부응할 필요가 있었다. 19차 전국대표회의(당대회) 이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기회로 중·미 관계를 한동안 안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중국에서 일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음은 북·중 관계 차원이다. 오늘날 북·중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북·중동맹이 대칭동맹(symmetric alliance)에서 비대칭동맹(asymmetric alliance)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강대국과 약소국 간 맺어진 비대칭동맹은 강대국이 약소국으로부터 얻을 안보이득보다는 약소국에 미칠 영향력 이득에 치중한다.
1961년에 맺어진 북·중동맹은 국력이 비슷한 국가 간 대칭동맹이었다가, 이후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점차 비대칭동맹으로 전환됐다.
동맹체제 내 약소국이 된 북한으로서는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의 요구에 점차 자율성을 희생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북한을 비호해주는 대신 북한이 자신에 순응하는 이웃이 돼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사실상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영향력을 제한받고 있다.
영향력 행사는커녕 북·미 간 갈등이 커질 때마다 북·미 간 무력분쟁에 연루될 위기에 처하게 되고, 북한에 압력을 가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봉착하곤 한다. 더욱이 국내적으로 ‘자신이 북핵의 최대 피해자’라는 새로운 인식이 생겨났다. 북핵이 자신의 안보에 위협이라는 주장이 득세하면서 중국의 대북 태세는 경색됐다.
만일 북한이 자국의 핵무기가 순전히 대미용이고 핵무기 관련 중국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중국에 줬다면, 중국은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에 보다 치중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의 그러한 기대를 저버렸을 뿐 아니라 오히려 중국의 심기를 계속 건드려왔다. 시 주석 등 중국 고위급의 대북인식은 악화됐고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정권에 신뢰를 갖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중국에 남은 것은 미국과의 전략적 타협과 협력태세를 갖추면서 일정하게 북한의 숨통을 조이는 것이다.
중국은 그래서 자국을 난처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북한을 손보는 것이다. 다만 전제는 있다. 북한 붕괴를 초래하는 수준까지는 결코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 미국과의 신뢰가 그 정도 수준까지 형성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국내정치 차원이다. 이번 19차 당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개최되고 있다. 북한이 당 대회 개최 이전 또는 개최기간 동안 도발을 감행하는 것을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
더욱이 동북지역에 대한 방사능 피해 우려 등 인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중국인민들의 대북 우호여론도 크게 후퇴했다. 북한에 강경한 대처를 요구하는 국내여론에 정부가 일정하게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북 강경제재는 여전히 미국과 중국의 ‘동상이몽’이다. ‘비핵화 및 대북 압박’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따른 것에 불과하며, 여전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및 통일 후 한반도 정권을 둘러싼 견해차가 크다.
중국은 향후 북한의 태도를 주시하며 제재강도를 조절할 것이다. 물론 제재의 목적이 대화 재개에 있다는 중국의 입장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대북 석유제품 수출 금지, 북한기업에 대한 계좌개설 중지에 이어 북한 노동자의 비자갱신도 중단시킴으로써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해외 노동자 송출까지 틀어막았다.
또한 북한이 중국에 설립한 합자기업과 독자기업들에 결의안 통과 120일 이내에 회사 폐쇄를 명령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일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은 계속 북한을 비호할 거라고 전망해 온 상황에서 북·중 관계의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일지, 또 이것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를 주목하는 것이다.
필자는 중국의 전략적 변화라기보다는 일종의 전술적 변화로 보고 있다. 즉, 중국의 한반도 인식과 정책의 기본 틀은 변하지 않았다. 북·중 관계를 규정하는 상위구조이자 대국 관계의 핵심인 중국의 대미(對美)인식과 정책의 기조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新)중국 성립 약 100주년인 2050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은 정권과 무관하게 절대로 변동될 수 없는 중국의 지상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중·미 관계의 안정은 필수적이다. 아울러 주변지역을 점차 자기 세력화하려는 중국에게 한반도는 상황에 따른 안정적 관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미국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종국적으로는 한반도를 미국의 영향권에서 떼어내려는 것이다.
이처럼 쉽지 않은 목표를 위해 중국은 이제까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전술을 조정해왔다. 최근 북한에 대한 입장이 강경모드로 흐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대북제재 강화 카드를 빼든 데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원의 고려가 있다. 우선 미·중 관계 차원이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직후 중국 정계에서는 중·미 관계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미국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가 안정됐다는 안도감과 함께 미국의 대중여론 악화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김정은 정권의 빈번한 핵과 미사일 실험, 그리고 미국 본토를 점차 사거리에 두려고 하는 상황이 얼마나 미국을 자극하는지 잘 알고 있다.
선과 악의 이분법에 따라 미국이 북한에 무력을 가할 경우, 중국이 직면할 위기도 파악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문제에 관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압박하는 상황에 일정하게 부응할 필요가 있었다. 19차 전국대표회의(당대회) 이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기회로 중·미 관계를 한동안 안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중국에서 일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음은 북·중 관계 차원이다. 오늘날 북·중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북·중동맹이 대칭동맹(symmetric alliance)에서 비대칭동맹(asymmetric alliance)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강대국과 약소국 간 맺어진 비대칭동맹은 강대국이 약소국으로부터 얻을 안보이득보다는 약소국에 미칠 영향력 이득에 치중한다.
1961년에 맺어진 북·중동맹은 국력이 비슷한 국가 간 대칭동맹이었다가, 이후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점차 비대칭동맹으로 전환됐다.
동맹체제 내 약소국이 된 북한으로서는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의 요구에 점차 자율성을 희생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북한을 비호해주는 대신 북한이 자신에 순응하는 이웃이 돼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사실상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영향력을 제한받고 있다.
영향력 행사는커녕 북·미 간 갈등이 커질 때마다 북·미 간 무력분쟁에 연루될 위기에 처하게 되고, 북한에 압력을 가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봉착하곤 한다. 더욱이 국내적으로 ‘자신이 북핵의 최대 피해자’라는 새로운 인식이 생겨났다. 북핵이 자신의 안보에 위협이라는 주장이 득세하면서 중국의 대북 태세는 경색됐다.
만일 북한이 자국의 핵무기가 순전히 대미용이고 핵무기 관련 중국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중국에 줬다면, 중국은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에 보다 치중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의 그러한 기대를 저버렸을 뿐 아니라 오히려 중국의 심기를 계속 건드려왔다. 시 주석 등 중국 고위급의 대북인식은 악화됐고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정권에 신뢰를 갖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중국에 남은 것은 미국과의 전략적 타협과 협력태세를 갖추면서 일정하게 북한의 숨통을 조이는 것이다.
중국은 그래서 자국을 난처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북한을 손보는 것이다. 다만 전제는 있다. 북한 붕괴를 초래하는 수준까지는 결코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 미국과의 신뢰가 그 정도 수준까지 형성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국내정치 차원이다. 이번 19차 당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개최되고 있다. 북한이 당 대회 개최 이전 또는 개최기간 동안 도발을 감행하는 것을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
더욱이 동북지역에 대한 방사능 피해 우려 등 인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중국인민들의 대북 우호여론도 크게 후퇴했다. 북한에 강경한 대처를 요구하는 국내여론에 정부가 일정하게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북 강경제재는 여전히 미국과 중국의 ‘동상이몽’이다. ‘비핵화 및 대북 압박’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따른 것에 불과하며, 여전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및 통일 후 한반도 정권을 둘러싼 견해차가 크다.
중국은 향후 북한의 태도를 주시하며 제재강도를 조절할 것이다. 물론 제재의 목적이 대화 재개에 있다는 중국의 입장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