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아이들과 손을 맞잡는 방법

2017-10-12 13:47
박춘희 송파구청장

[박춘희 송파구청장]

최근 한 언론에서 서울 지역의 '학교폭력 현황' 자료를 분석해 보도했다. 그에 따르면 학교폭력 범죄로 검거된 청소년은 지난 2015년 2202명에서 지난해 2383명으로 8.2% 증가했다. 자치구별 분석도 제시됐는데, 송파구는 학교폭력 발생 빈도가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해 가장 많은 구의 비교 대상으로 꼽혔다.

구청장으로서 이 기사를 접한 나는 안도감이 들기보다는 그 수치에 더 눈길이 머물렀다. 최근 잇따라 들려오는 청소년들의 중범죄 소식을 접하며 간담이 서늘한 것을 넘어 가슴이 아렸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갈수록 학교폭력이 증가하고 그 정도도 심각해지고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떤 마음을 그렇게 표출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 걸까. 만약 그 아이들에게 숨쉴 수 있고,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실제로 최근 우리 아이들을 설명하는 데 가장 흔히 사용되는 단어는 '짜증', 반항의 아이콘으로 대변되는 '중2병'이다. '하고 싶은 게 많은 10대', '미래를 꿈꾸는 청소년'은 모두 옛말이 된 것일까. 어른으로서, 한 자치구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했다.

표현하는 것에 치중하는 것이 아이들의 특권이라면, 표출할 기회를 주는 것은 어른들의 특권이다. 내(어른)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아이들)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은 가진 특권을 백분 활용한 매우 잘한 일일 것이다. 그것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라면 더더욱 말이다.

송파구는 일찌감치 아이들의 문제를 세대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의 것으로 인지했다. 이에 공청회와 대토론회 등을 통해 청소년에 대한 어른들의 문제의식과 대안을 살폈고, 청소년들의 필요와 그들이 원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귀 기울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송파구의 청소년 정책이다. 구는 2015년 자치단체 최초로 청소년과를 신설하고 청소년에 특화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그 중심에 둔 것이 우리 아이들이 자유롭게 숨쉬고 즐길 수 있는 그들만의 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지역 내 공공시설을 활용하거나 유휴공간을 적극적으로 발굴, 청소년들에게 특화된 공간으로 꾸민 '또래울(또래들이 모이는 울타리)'은 현재 관내 31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구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2016년에는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을 전국 최초로 단독건물을 마련해 이전했다.

2015년 9월 첫 운행을 시작한 '유레카(Your dream Raising Car)'도 청소년을 위한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송파구만의 철학이 돋보이는 사업이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에는 '청소년 문화의 집' 개소도 앞두고 있다. 청소년기는 성장하는 시기인 만큼 학업 외 여가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송파구에만 12만여명의 청소년이 살고 있다. 서울시내 자치구 중 가장 많다. 나는 청소년들이 자치구를 자신의 든든한 보호자로 인식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과 손을 맞잡고 나아가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실천함으로써 청소년들이 긍정의 에너지를 발휘하도록 돕는 든든한 어른이 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