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존도 줄이고 GPS 자주권 찾는 일본..."자율주행차 분야 선도·대북 타격 속도전"

2017-10-10 15:40
GPS 위성 4호기 발사 성공..."내년 봄부터 24시간 운용 가능"
"정밀한 위치 확인 외에 자율주행차 시장 선도 가능성 높아"
WSJ "북한 도발 속 독립적인 일본 군사 능력 배양에도 무게"


일본이 GPS(위성항법시스템) 위성 발사에 연속 성공하면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낮추고 자주권은 높이는 이른바 '일본판 GPS 시대'를 앞당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부터 본격 운용되면 차세대 먹거리로 통하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선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대북 대응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일본판 GPS' 4기 체계 완성...24시간 운용 가능해 미국 의존도 낮아질 듯

NHK,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이 10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께 가고시마(鹿兒島)현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GPS 위성 '미치비키(みちびき)' 4호기를 실은 H2A 로켓이 예상 궤도에 진입, 발사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모두 4기의 자국 GPS 위성을 운용하게 됐다. 

GPS 위성 1기당 일본 상공을 지나는 시간이 8시간인 점에 비춰보면 24시간 운용 체계가 확립된 것이다. 현재 활용하고 있는 미국 GPS 시스템과 일본판 GPS 체계를 조합하면 위치 정보 오차를 현재 10m 수준에서 1m 수준까지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길잡이'라를 뜻을 갖고 있는 '일본판 GPS' 미치비키는 내년 봄부터 운용된다. 

일본은 오는 2023년까지 모두 7기의 자체 GPS 위성을 운용하겠다는 구상을 마련, 위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GPS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위치 정보 서비스와 관련, 현재 전 세계가 미국 GPS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현행 무료 체계가 유료화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등 ​세계 각국이 자체 GPS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자국 GPS를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인도는 이미 자체 GPS 시스템(IRNSS)을 운용중이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도 각각 자체 GPS를 운용하고 있다.

◆ "자율주행차 시장 선도 유리...군사력 증강에도 도움"

일본 정부는 자체 GPS 시스템을 통해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차량이나 이용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율운전차량 운행, 무인 농기구를 활용한 농작물 재배는 물론 드론을 활용한 택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국산 GPS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오차 범위가 최소 cm 단위로 낮추고 정밀도를 높인 GPS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한다면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등 해외 진출에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정부는 위치 정보 데이터의 향상을 강조하고 있지만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도하고 잠재적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부지를 타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도요타자동차의 부품 공급 업체인 덴소 등 일부 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위치 확인의 정밀도를 높이는 기술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북한 등 주변국에 대한 정찰 능력 향상 등 일본 무기 체계에 대한 통제권 강화 효과를 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7월 북한이 일본 상공을 향해 두 차례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가운데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대신 평양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능력을 미리 개발한다는 것이다.

방위 컨설팅기관인 넥시알 리서치의 책임자인 랜스 개틀링은 "GPS 위성은 일본에 있어 독립적인 군사 능력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도쿄대학 정책연구소의 미치시타 나루시게 보안 전문가도 "일본은 안보에 관한 '고립주의 입장'에서 벗어나 국가적 논쟁의 중심에 있다"며 "내년 만료되는 새로운 5개년 방위 계획은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구입 등 분명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