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딜(NO DEAL)도 각오" 길 잃은 브렉시트…영국 내부에서는 EU 탈퇴 철회 시위도

2017-10-10 14:14

[사진=연합/EPA]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 5차 협상이 9일(이하 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다. 그러나 협상의 진전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영국은 이미 브렉시트에서 아무런 합의도 얻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까지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5차 브렉시트 협상서도 합의 힘들듯…"영국 '노 딜'에 대비" 

유럽연합(EU)과 영국의 협상은 첫 협상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영국은 EU 탈퇴 조건과 양측 간의 무역협정 등 미래 관계를 함께 협상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EU의 27개국 정상들은 19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그동안 브렉시트 협상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다음 단계 협상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던 브렉시트 협상의 양상을 고려해보면 이번에도 구체적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이번 협상은 양측의 수석대표인 미셸 바르니에 전 EU 집행위원과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이 불참해 이같은 비관적 전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영국은 실제로 최악의 상황인 '노 딜(NO DEAL)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9일 보도했다. 영국은 협상 시한까지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관세, 판매세, 소비세 등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EU와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할 경우에도 무역 파트너들 사이에서 작동할 수 있는 세금 시스템을 미리 준비해놓는다는 것이다. 

영국과 EU는 성과없는 협상의 책임을 상대측에 떠넘기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브렉시트 협상 결과가 EU에 달렸다는 주장을 전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에 마르가리티스 시나스 EU 집행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협상을 실현하기 위한 결정권은 영국이 가지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 영국 내부선 브렉시트 반대 시위도···"탈퇴 영국엔 안좋은 결과 가져올 것" 

영국 내에서는 브렉시트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월 런던에서는 수천 명이 모여 브렉시트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영국이 EU 내에 머무는 것이 현재와 미래의 모두를 위해 좋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시위는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영국 내에서 브렉시트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을 반영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노동당은 8월 말 영국과 EU 간 진행하는 결별 협상이 예정대로 2019년 3월 마무리되고 영국이 공식적으로 유럽연합을 탈퇴하게 되더라도 2022년까지 영국이 EU단일시장에 잔류하는 과도기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뒤 영국의 경제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내년 세계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국은 브렉시트를 앞두고 경제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은 올해 상반기 경기 성장세가 주요 7개국(G7) 중 가장 저조하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물가 상승률이 높아졌으며, 향후 영국의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영국 경제는 향후에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전 유럽은행 총재 장 클로드 트리셰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EU는 영국이 탈퇴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응징을 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다만 영국이 EU의 단일시장을 떠나게 된다면 그 결과는 매우 안좋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리셰는 "EU는 앞으로 더욱 견고해질 것이며, 이같은 전망은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들이 내놓았던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