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동영상-로컬 르포] '고독사' 예방...'대안' 없나?
2017-10-06 23:23
넉달새 노인 30명이 홀로 눈감았다... 부산의 충격
"오늘이 뭔 날인교. 우리 집에 찾아 주셔서 기쁘고, 좋네요."
부산 중구 보수동 쪽방에서 홀로 지내시는 구 모 할아버지(88)가 눈물 섞인 목소리로 추석 명절을 맞아 찾아 온 손님들을 반겼다.
부산 중구 보수동에서 운영하는 '시시콜콜 안부 드림팀'이 추석 전, 고독사 예방책으로 관할 지역 어르신 댁 2곳을 방문했다. 선물도 전달하고, 근황을 묻는 등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타 시도에 비해, 고령화 속도가 빠른 부산시는 최근 4개월 간 30여 건의 고독사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시와 각 기초단체들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 고독사한 사망자가 단 기간에 집중되면서 부산시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뾰족한 묘수가 없어 실 예방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올 추석처럼 최장 10일 연휴기간 동안 홀로 보내는 독거노인 및 1인 가구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연휴 기간에는 무상 급식도 복지 회관도 휴관하는 곳도 대부분으로 노인들이 갈 곳이 없다.
고독사 문제는 비단 독거노인에 국한된 건 아니다. 최근 들어 부산 지역에서 65세 미만의 중장년 1인 가구 남성이 고독사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에 따르면 연령별로는 40대 4명, 50대 8명, 60∼64세 5명, 65∼70세 5명, 71세 이상 4명으로 나타났다. 50대가 가장 많고, 40대와 50대를 합치면 중장년층 고독사는 12명으로 전체의 46%에 달했다. 남성이 84.6%인 22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성 2명, 미파악 2명으로 집계됐다.
건강 상태와 관련해서는 88.4%인 23명이 지병이 있었고 술과 관련된 고독사는 61.5%인 16명으로 나타나 고독사한 사람 상당수가 알코올 의존성이 매우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결혼 여부와 관련해선 미혼이 10명, 이혼 6명, 기혼 2명, 미파악 8명으로 조사됐다.
지난 6월 이후 부산에서 발생한 27건의 고독사를 분석한 결과 남자가 24명, 여자가 3명으로 남성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연령대로는 65세 미만이 16명으로 65세 이상 11명보다 많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비 수급자는 각각 15명과 12명으로 비율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고독사 사망자 대부분이 고혈압과 당뇨 등 질병을 갖고 있고, 알코올에 삶을 의존한 채 살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 다복동 연계 방문, 조례 제정 등 대응...실효는 '의문'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기초단체들은 1인 가구에 전화나 방문을 통해 안부를 묻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으며, 부산 연제구의회는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도 제정했다.
또 시가 진행하는 '다복동' 사업과 연계해, 동 별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도 민간이 참여하는 고독사예방위원회 구성과 중장년 고독사 위험군 지원 돌봄 체계 등 고독사를 막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고독사 위험군에 센서가 들어 있는 말벗 도우미 로봇 인형을 보급하는 등의 이색방안도 내년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전국적으로도 지금까지 고독사 예방을 위한 실 대책은 없다. 고독사율이 높은 부산 지역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타 시도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앞서 언급했던, 부산 중구의 '시시콜콜 안부드림팀'은 독거노인과 주민등록 1인 세대에 대한 복지상담과 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해 보수동 통장, 지사협 위원, 준사례관리사, 다복동 팀 등 60여 명으로 구성, 지난 7월 25일부터 1746세대에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방문상담을 요청한 11세대를 방문해 상담을 완료하고, 민간 서비스와 연계해 명절 후원물품을 지원하는 등 고독사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전수조사를 위해 지역 1인 가구를 방문 시, 개인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조사를 거부하는 비율도 높아 애를 먹기도 한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관리는 그 나마 조금 수월한 편이다.
문제는 정부 지원 자격 요건에 충족되지 않은 독거 노인과 1인 가구다. 지난 9월 26일 부산 중구 보수동 시시콜콜 안부드림팀과 사례 관리 2세대를 방문한 결과 88세의 구씨 할아버지와 89세 김 모 할머니 같은 경우도 자산이 있고,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또는 차상위 계층에 속하지 못한 채, 고스란히 고독사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강경환 보수동 31통장은 "고독사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주민이 합심해야 한다"며 "공무원들은 전근 등으로 떠나면 그만이지만 실제 주민들을 보살필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이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독거노인이나, 1인 가구에 대한 정부의 실 지원책과 관련 법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건보공단 콜센터, 빅데이터 활용 '독거노인'과 1:1 상담...대안으로 '제시'
고독사 예방을 위해 시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를 할 수 있는 인력과 예방 프로그램 자체가 없다는 것도 큰 과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콜센터 상담원을 활용해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예방하고 있어, 하나의 대안책으로 떠 오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드림콜서비스'를 몇 년 째 실시하고 있다. 최초 부산지역본부 상담센터 직원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독거노인들에게 주 2회 이상 전화상담을 하고 있으며, 위험 발생 시, 유관기관과 연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재 건보공단은 콜센터 협력사 1519명이 거의 1:1 면담을 실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1629명에게 안부전화 및 후원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황호진 건보공단 부산지역본부 고객상담부장은 "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홀몸 노인분들께 안부전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상담원이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고독사 예방뿐만 아니라, 말 벗도 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컨텍터 센터를 유치, 현재 1만 여명이 넘는 상담원들이 부산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독거노인과 1인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가 마무리 되면, 이들 상담원들과 협력해, 상담 관리를 할 경우, 독고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고독사 예방을 위한 제도적 기반, 지역사회 보호체계 구축, 지역사회 인식개선 등 3개 방향에서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또 전국 처음으로 35~49세 중년을 위한 지원업무와 고독사 예방 활동을 총괄하는 중년지원팀을 신설하고, 고독사 예방 운영위원회도 조직해 고독사 예방을 위한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고독사에 관한 정확한 기준이나 사회적 합의가 없어 고독사 사망자 통계나 현황 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며 "노인 인구와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만큼, 고독사 예방을 위해 대책안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 오른 '고독사'. 고독은 더 이상 혼자 있는 즐거움이 아니다. 외로움 속에 우리 친척, 이웃이 소중한 생을 마감할 수 있다. 전염병도 예방이 필요하듯, 고독 또한 예방이 절실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