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시장, 복사용지 ‘지고’ 골판지 ‘뜨고’

2017-10-02 15:44

제지시장에서 복사용지가 점차 성장을 멈추는 대신 골판지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국내업체들이 올 한 해 복사용지 대신 특수지 중 한 종류인 감열지 분야 사업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외 수요가 높은 특수지 비중을 늘려 수출에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감열지란 일정 온도 이상 열이 가해지면 색상이 변하는 특수지 화학 처리 과정을 거친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수증, 택배상자 라벨 등이 감열지로 만들어진다.

반면 상당수 제지 업체들이 복사용지에 대한 투자는 늘리기 보다 줄이거나 동결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미 지난해 7월 더블에이의 제지사업 총괄 띠라윗 리타본 부회장은 한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복사용지)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 않는다”며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한 때 제지시장을 주름잡던 복사용지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라면상자 정도로 취급받던 골판지는 시장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골판지 시장규모는 2014년에 3조5000억원들 돌파하며 4년 전보다 약 1조원이 증가했다.

이는 홈쇼핑, 온라인 상거래 등의 대중화로 상자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또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상자포장을 한 식품들이 신선하다는 인식도 골판지 수요 증가에 한 몫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골판지 산업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행처럼 이어온 담합 행태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아세아제지, 신대양제지 등 대형 원지업체 12곳은 6년간 9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담합한 사실이 발각돼 지난해 초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대형업체들이 상자 원재료인 원지와 원단 유통을 쥐고 있어 이들로 부터 재료를 받아 상자를 만드는 영세 업체는 가격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며 “과거와 같이 담합을 통한 수익보다는 상생을 통한 공동 발전을 위해 노력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