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력 퇴출]석·박사도 떠나는 조선업계···R&D 비중 0.6%
2017-10-02 15:09
조선산업 인력 이탈 가속 - (4)·끝
조선산업 인력퇴출의 문제는 기술·기능인력의 이탈 뿐만 아니다. 기술개발을 주도하는 석·박사급 연구인력의 이탈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조선소에 적을 두고 있는 고급 연구 인력은 1801명으로 전년 1894명 대비 93명(4.9%) 감소했다. 특히, 박사인력이 267명에서 167명, 석사인력은 913명에서 556명으로 각각 100명, 357명이 급감했다. 기타에 속하는 인력이 714명에서 1078명으로 354명이 늘어나면서 전체 인력 수의 감소를 그나마 막았다. 기타 인력에는 석·박사 학위를 준비하는 학사급 인력 또는 조선사와의 용역계약 체결을 통해 연구활동을 하는 인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소에 고용된 고급 인력은 박사의 경우 2014년 324명, 석사는 2013년 107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줄어들고 있다. 각 조선소별로 수주 부진에 따른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연구·개발(R&D) 부문에 신경쓸 여력이 부족해 지면서 벌어진 상황이다.
◆R&D 투자액 9년 만에 1000억원선 떨어져
1명의 핵심인재가 1000명, 1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처럼, 이들 고급인력의 이탈은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R&D투자액 감소가 회사를 떠날 결심을 하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조선업계의 R&D 투자액은 1774억원으로 2008년(1825억원) 이후 9년 만에 연간 기준 1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업계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60%로 2009년 이후 최저치다. 조선업계의 R&D 투자액은 2009년 2000억원을 넘어선 뒤 이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4년에는 3855억원까지 증액했고, 당시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은 1.69%에 달했다.
최근의 조선업계 구조조정은 당장의 생존에만 치중하고 있으며, 미래 중장기 경쟁력 유지·향상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살아남더라도 중국 등 경쟁업체들과의 전쟁에서 맞설 체력을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조선·해양 플랜트 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R&D 투자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실화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여건이 개선되면 고급인력을 다시 불러 미래를 위한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번 떠난 고급인력들이 다시 조선소로 돌아올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조선소 연구소 출신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조선산업 종사자들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고, 사양산업이라는 국민적 질타에 연구 의욕도 떨어진게 사실이다”면서 “돌아가고 싶지만 이런 저련 여건 때문에 연구분야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해운 관련 학과 감소세, 졸업생 비조선 취업 희망
고급인력을 배출해야 할 교육계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엿보이고 있다.
지난해 조선해양 관련 학과를 개설흔 국내 전문대학과 대학교, 대학원 가운데 전문대학은 2014년 14개 대학 20개 학과에서 올해 10개 대학교 17개 학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대학교는 19개 대학 24개 학과에서 18개 대학 30개 학과, 대학원은 17개 대학원 24개 학과에서 17개 대학원 35개 학과로 늘었다. 이에 따라 관련 학과를 개설한 학교수는 총 45개 대학(원) 82개 학과로 2014년 49개 대학(원) 69개 학과 보다 늘었다.
외형적으로는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착잡하다.
한국교육개발원 취업 통계에 따르면, 2015년 12월 31일 기준 조선해양 관련 학과를 졸업한 학생 수는 △전문대학 1109명 △대학교 802명 △대학원 159명 등 2070명이었다. 이는 한해 전 같은 통계 2333명(전문대학 1246명·대학교 937명·대학원 150명) 보다 11.2%(263명) 줄어든 것이다.
2015년말 기준 이들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전문대학 73.3%(취업자 764명) △대학교 80.3%(542명) △대학원 83.7%(108명)이었다. 2014년 말에는 각각 △74.5%(851명) △84.7%(697명) △87.9%(102명) 등으로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조선·해양 분야 기업으로 취업한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각 대학에서는 관련 학과의 졸업생 중 상당수가 비조선 계열 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조선경기가 불안해지면서 미래가 불투명한 조선업체 대신 다른 분야의 기업으로 취업하겠다는 졸업생가 많아지고 있으며, 재학생들 가운데에서도 전과를 희망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면서 “향후 조선산업의 인력 양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