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쯔하오’, 中 신동력 부상

2017-10-02 06:00
수백 년 경쟁 과정 거쳐 살아남은 ‘특등품
전통 브랜드 집중 육성해 ‘품질시대’ 견인

일본에 ‘노포(老鋪)’가 있다면 중국에는 ‘라오쯔하오(老字號)’가 있다. 노포는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 말한다. 라오쯔하오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이르는 오랜 전통을 지닌 브랜드나 점포를 일컫는 말이다.
 

지난 6월 베이징에서 열린 라오쯔하오 전시회장의 모습.  [사진=인민화보 제공]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의 ‘G2’나 ‘기술 강국’, ‘강대국’으로 인정받는 데는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의 역할도 크지만 전통을 자랑하는 라오쯔하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뿌리가 빈약한 첨단은 경박(輕薄)으로 보일 수 있어서다.

라오쯔하오는 수백년의 경쟁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특등품이다. 저마다의 독특한 사연을 가지고 고군분투하여 업계 최고가 된 브랜드들이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도 있지만, 일부는 경직된 시스템과 진부한 관념, 혁신 부족, 전승 불가능 등의 이유로 시장 경쟁력이 약화돼 도태되고 있는 브랜드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라오쯔아호가 지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국을 ‘품질시대’로 이끄는 신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통해서다. 전통과 혁신의 조화는 영원한 과제이기도 하다.

중국 사람들은 ‘라오쯔하오’라고 하면 대부분 퉁런탕(同仁堂), 취안쥐더(全聚德), 헝위안샹(恒源祥), 루이푸샹(瑞蚨祥), 류비쥐(六必居) 등 귀에 익숙한 상호들을 떠올린다. 대개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탄생해 수공업, 요식업, 중의약 등으로 구성된 중국의 고유상표들이다.
 

상하이에서 역사가 깊은 동함춘당(童涵春堂)약국.  [사진=인민화보 제공]



라오쯔하오는 중국의 상업 발전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라오쯔하오는 수준 높고 신비로운 전통 제조공정, 성실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경영원칙, 친절하고 세심한 서비스, 누구에게나 칭송받는 상업 윤리를 갖춘 기업을 상징한다. 여기에 문화적 깊이까지 더해 지금까지도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라오쯔하오는 그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949년 신중국 수립 무렵 1만 개에 달했던 라오쯔하오는 1990년에는 1600개 정도로 줄었으며, 2010년에는 770개 정도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러한 감소세는 라오쯔하오의 시장이 줄어들고 전통 기예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가 라오쯔하오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중국 정부는 2006년부터 ‘중화(中華) 라오쯔하오’ 인증제도를 시작했다. 인증제도는 명맥 유지에 급급하던 라오쯔하오 기업들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됐다.

현재까지 자주적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어 ‘중화 라오쯔하오’로 인증받은 브랜드는 1000개가 넘는다. 정부는 그 중 일부를 중점 육성하여 브랜드 영향력을 높였으며, 새로운 마케팅과 수출 전략을 통해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도록 만들었다.

라오쯔하오는 올해 들어 한껏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상무부와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 등 16개 부처가 ‘라오쯔하오 개혁과 혁신 발전에 관한 지도의견’을 발표하며 라오쯔하오의 개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지도의견에는 라오쯔하오의 공예 및 기예 전승, 인터넷과의 결합, 산업 구조조정, 브랜드 가치평가 및 개발, 자본시장과의 연결, 브랜드 및 문화 홍보 등 라오쯔하오가 직면하고 있는 중점현안들이 총 망라돼 있다.

이와 함께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은 현재 국가발전개발위원회 등 26개 부처와 공동으로 라오쯔하오 브랜드 발전 전략도 연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강조하는 ‘인터넷 플러스(互聯網+)’도 라오쯔하오의 경영 혁신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인터넷 플러스란 ‘인터넷 플랫품’ 기반을 두고, 모든 산업과 경계를 뛰어넘어 ICT(정보통신기술) 기술로 융합하는 것'이다.
 

라오쯔하오가 모여 있는 첸먼대가.  [사진=인민화보 제공]



이처럼 중국 정부는 라오쯔하오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독특한 기술에 대한 ‘비물질문화유산(정신문화유산)’ 지정을 통해 육성하고 있다. 볜이팡(便宜坊)의 화로 오리구이 제조법, 네이롄성(內聯升)의 천겹짜리 수제화 제조법, 난샹(南翔)의 감칠맛 넘치는 샤오룽빠오(小籠包) 요리법, 우이(武義) 서우셴구(壽仙谷)의 중약 조제법 등 일찌감치 비물질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된 전통 제조법도 상당수에 이른다.

라오쯔하오는 우수한 민족 브랜드와 전통적 상업문화를 함축하고 있다. 대대로 전승된 장인정신과 우수한 기술, 독특한 상품, 그리고 뛰어난 서비스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경제적·문화적 가치도 높다.

라오쯔하오는 전통이라는 몸에 혁신의 혼을 불어넣기 위해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중국의 라오쯔하오 육성 정책은 정부 주도와 스스로의 자구책 마련이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라오쯔하오를 크게 공기업 브랜드와 지역 브랜드로 나누고, 관리 시스템 정비를 통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전략이다.

라오쯔하오의 ‘신동력’ 부상은 일개 브랜드나 기업, 업종의 발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 민족의 부흥이자 문화의 자긍심을 드높이는 일이다. 중국 정부가 라오쯔하오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