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의 역할이 한정되어 있는 가운데 운이 좋았죠. 영화가 너무 좋고 배우가 좋아요. 힘 닿는 한 연기를 계속하고 싶어요"

 

드라마와 스크린을 오가며 활동 중인 중견 배우 김해숙(61)이 신작 영화 '희생부활자'에서 주연을 맡아 몸을 아끼지 않은 액션연기를 선보였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 다작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는 김해숙. 나이를 잊고 '여자 오달수, 여자 이경영'이라는 수식어를 받고 싶을 정도로 많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열정의 배우 김해숙을 아주경제가 삼청동 인근 카페에서 아주경제가 직접 만나봤다.  

 

1974년 MBC 7기 공채 탤런트 출신인 김해숙은 '흐르는 강물처럼'(2002), '장밋빛 인생'(2005), '소문난 칠공주'(2006), '해바라기'(2006), '박쥐'(2009).' 친정엄마'(2010), '무자식 상팔자'(2012), '도둑들'(2012), '왕가네 식구들'(2013), '그래, 그런거야'(2016), '아가씨'(2016), '아버지가 이상해'(2017)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작품마다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김해숙은 다양한 엄마 역할을 소화해 '국민 엄마'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특이한 엄마다. 강도 사건으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온 엄마, 그것도 아들을 죽이러 온 무시무시한 엄마다. 

"엄마 역할에 불만은 없어요. 엄마 역할로 고정되어 가는게 속상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엄마라도 다양한 엄마가 있으니 각 작품마다 조금씩이라도 다른 엄마를 표현해내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 이후부터 엄마라도 나만의 엄마 역할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죠."

이번에는 정말 그가 맡아왔던 기존 엄마 역할과는 180도 다른 엄마 역할을 맡았다. 10월 12일 개봉 예정인 영화 '희생 부활자'에서 아들을 죽이기 위해 살아돌아온 RV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희생 부활자는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고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 RV(Resurrected Victims Phenomenon)에서 파생된 말로,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온 사람을 뜻한다. 영화 '희생부활자'(감독 곽경택)는 전 세계 89번째이자 국내 첫 희생부활자(RV) 사례로, 7년 전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엄마가 살아 돌아와 자신의 아들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친구', '극비수사'를 연출한 곽경택 감독의 신작이다.

김해숙은 죽은 지 7년 만에 살아 돌아오는 미스터리한 인물 명숙 역을 맡았다. 그가 맡은 명숙은 죽었다 살아돌아오는 것도 모자라 사랑하던 아들 진홍(김래원)을 공격하며 주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는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모자에 얽힌 예상치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김해숙은 김래원과 세번째로 모자 사이로 등장한다. 앞서 두 사람은 영화 ‘해바라기’와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엄마와 아들로 나온 바 있다. 두 사람은 이제 서로 눈빛만으로도 감정이 통한달까? 피를 나눈 모자관계는 아니지만 마음만으로는 아들에 진배없다. 

"통상 한번이라도 모자관계로 호흡을 맞춰보면 서로 에너지가 소진되서 제대로 연기가 나올까 걱정이 되는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래원이랑은 이번에 3번째 만나는데로 매번 새롭게 서로 호흡을 만들어내요. 눈빛만 봐도 서로 알아차릴 수 있죠. 연기할때는 내 아들이에요. 배우로서 서로 3번이나 호흡을 맞출 수 있는건 그만큼 믿음도 깊고 믿음이 연기로 이어져서 또 다른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뵙게 될 것 같습니다."

김해숙은 김래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래원이는 갈수록 더 멋있어져가는 것 같아요. 몸도 더 좋아지고 얼굴도 더 잘생겨졌어요. 연기에 대한 열정은 말할것도 없죠. 시간이 지나면서 더 열정적으로 되어가요. 그런데 10년을 모자간으로 호흡을 맞춰도 나한테 더 살가와지는 건 없더라구요(웃음) 무뚝뚝한 아들이지만 그래서 더 믿음이 가고 표현을 안해도 마음으로 믿을 수 있는 아들이에요."
아들을 죽이러 온 엄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김해숙은 이번 작품을 연기하면서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고. 

"가장 쉬우면서 가장 가깝고 가장 편하고 가장 보통 이야기지만 가장 어렵고 가장 깊은 단어가 엄마가 아닐까해요. 수많은 엄마의 어떤 엄마든 여러 성격의 엄마가 있을 것이며 모정은 하나죠. 수많은 엄마의 하나를 내가 풀어나가면되겠구나하는 생각으로 이번 역할도 임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작품을 마무리하며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났어요. 영화를 보시면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어머니께 바치는 영화가 될 겁니다."

특히 김해숙은 이번 영화에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이 힘들었어요. 아들을 죽이러온 엄마니까. 시나리오를 보고 이해는 했지만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연기적으로도 힘든 것은 몸으로 부딪혀서 촬영을 해야 하는 부분이었죠. 위험한 촬영이 많았고 비를 거의 백톤 가까이 맞아야했어요. 제작진은 77톤이라던데 비오는 겨울날이라 백톤 가까이 맞은 것 같아요. 그런 신이 있으면 나는 잠이 안와요. 나이가 있으니까 좀 무섭긴 해요.(웃음) 곽경택 감독님은 배우가 해야할 것은 반드시 시키거든요. 봐주시지도 않아요(웃음) 내 건강때문에 촬영 일정에 지장이 생기면 안되니까 감기약을 달고 살았어요."

 

중견 배우지만 영화, 드라마를 통해서 다양한 연기변신을 보여주고 있는 김해숙.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정말 계속 연기를 하고싶고, 오달수, 이경영씨처럼 다작하는 배우가 되고싶다"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기회가 왔는데 변신을 하지 못하면 안되잖아요? 운이 좋았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변신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배우로서 그것보다 고마운 일이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