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도 극찬한 중국의 부자도시
2017-10-06 06:00
상하이에서 80여km 떨어진 쑤저우…유서깊은 역사古都
중국에서 스타벅스 매장이 가장 많이 분포한 도시는 베이징(北京), 그 다음이 상하이(上海), 항저우(杭州), 그리고 네 번째 도시가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다.
쑤저우에 분포한 스타벅스 매장만 모두 124개로 선전(深圳)이나 광저우(廣州) 등 일부 1선 도시보다도 많다. 스타벅스 매장이 가장 많은 도시 '톱10' 중 유일하게 성도(省都 성정부 소재지)가 아닌 곳이기도 하다.
21세기경제보는 이는 상하이에서 약 80여km 떨어진 지리적 장점과 더불어 쑤저우의 개방형 경제구조, 젊은 층 주도 인구구조, 관광산업 발전, 높은 비즈니스 활력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징항대운하로 둘러싸인 쑤저우 곳곳에는 인공하천이 마치 실핏줄처럼 뻗어있다. 원 나라 때 이곳을 방문한 마르코폴로가 ‘동양의 베니스’라 극찬한 이유다.
옛 관리들은 물길을 따라 곳곳에 아기자기한 정원도 지었다. 중국 4대 정원으로 꼽히는 졸정원(拙政園)은 고전 홍루몽의 배경이 된 곳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上有天堂, 下有蘇抗)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쑤저우 경제의 고속성장은 중국 개혁·개방과 함께 시작됐다. 특히 창장 유역에 위치한 쑤저우는 상하이에서 가까운 지리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규모 농촌기업이 대거 발달하면서 빠른 시간 내에 경제가 성장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 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은 ‘샤오캉(小康) 사회’의 이상적 모델로 쑤저우를 꼽았다. 쑤저우가 덩샤오핑이 1979년 당시 20년 후인 2000년까지 샤오캉 사회 건설을 통해 달성하기로 한 1인당 소득 800달러 목표를 이미 1982년에 실현했기 때문이다. 1983년 쑤저우를 직접 시찰하며 샤오캉 사회의 실현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한 덩은 이후 샤오캉 사회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쑤저우 시찰 경험을 곁들였다고 전해진다.
1990년대 들어 쑤저우가 본격적으로 공업도시로 변모하게 된 것도 덩샤오핑의 지원 덕분이었다. 오늘날 쑤저우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쑤저우공업단지(蘇州工業園區)’는 바로 덩샤오핑이 리콴유(李光耀) 당시 싱가포르 총리와 함께 빚어낸 작품이다.
쑤저우공업단지는 중국 중앙정부가 싱가포르를 모델로 외국자본 투자지역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 1994년 시범적으로 개발한 곳이다. 중국은 값싼 토지와 노동력을, 싱가포르는 자본과 기술력을 제공해 외자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지역경제발전을 이끈다는 이른바 ‘쑤저우 모델’이다.
자국 기업의 중국 진출 거점 확보를 원했던 싱가포르와 외국인 투자유치 과정에서 싱가포르의 선진 노하우 확보가 필요했던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도시계획, 기반시설, 물류시스템부터 채용과 급여, 사회보험제도까지 싱가포르의 방식을 그대로 도입해 건설됐다. 한때 우리나라 새만금 간척지나 개성공단 미래 발전모델을 논할 때 자주 벤치마킹되던 것도 쑤저우 모델이었다.
쑤저우공업단지는 279㎢ 규모로 서울시 절반 정도 면적이다. 이 곳에는 현재 삼성과 히타치, 지멘스, 파나소닉, 노키아 등 외자기업 3800여곳이 입주해 있다. 인구는 90만명에 육박한다. 2016년말 기준 GDP는 2150억 위안을 기록했다. 쑤저우공업원구는 쑤저우시 면적의 3.4%에 불과하지만 쑤저우 전체 GDP의 10%를 넘게 차지할 정도로 쑤저우 경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쑤저우 GDP는 1조54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7.5% 증가해 하이, 베이징, 광저우, 선전, 톈진, 충칭에 이은 7위를 기록했다. 쑤저우 주민 1인당 가처분소득은 5만4400위안(약 920만원)으로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와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 '부자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