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짜 화장품에 '몸살'...수입품에 이어 수출품까지

2017-09-07 18:00
수출용 가짜 화장품 9만여건 적발
온라인 거래 늘며 '짝퉁' 더 극성
불법제조업자 수법 고도화...中 당국 대책은 미흡

중국 닝보 출입경검험검사국 관계자가 수출용 화물에서 발견된 가짜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중국 닝보 출입경검험검사국 제공 ]


중국의 화장품 시장은 국민 소득 증가, 소비 수준 향상 등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로 유망시장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2020년까지 중국 화장품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6%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의 가짜 화장품이 현지 시장 내 제조∙판매된 데 이어 해외로 수출된 것으로 알려져 관련 업계가 일명 ‘짝퉁’ 극성에 몸살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수입품에 이어 수출품에도 ‘가짜’ 화장품 대량 발견

중국 내 가짜 화장품 문제는 주로 해외 수입품에서 주로 발생했는데 최근에는 수출품에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중국의 ‘짝퉁’ 화장품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달 15일 장쑤(江蘇)) 쑤저우(蘇州) 경찰은 산둥(山東)성 칭다오(青島)에서 한국 이니스프리(Innisfree), 에뛰드하우스(Etude House) 등이 포함된 가짜 해외 화장품 23t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당시 피해 금액은 무려 2억 위안(약 345억원)이었고, 피해자는 130만명에 달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28일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 출입경검험검역국(出入境檢驗檢疫局)은 “베트남, 방글라데시로 수출 예정이었던 화물 53만2100만개에 가짜 화장품 9만100개가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닝보 출입경검험검역국은 지난 7월 7일 이우(義烏)에서 들어온 컨테이너 2개 규모의 화물에 가짜 화장품이 포함돼 각각 베이룬(北侖)과 메이산(梅山) 항구를 통해 수출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어 ‘7.7’ 조사팀을 구성해 베이룬과 메이산 출입경검헙검역국의 전자검사검역(e-CIQ), 물류 모니터링 플랫폼 등의 시스템 자료를 비교 분석하고, 관련 세관과 해관과 협력해 조사했다.

현장 조사 결과, 수출 신고 제품 외 △화장품 △배드민턴 라켓 △라이터 △라이터용 기름 등 총 10만1700개의 가짜 제품이 컨테이너에 적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짜 제품 중 화장품은 9만100만개로 가장 많았다. 닝보 출입경검험검역국에 따르면 적발된 가짜 화장품은 유니레버사(Unilever)의 라크메(LAKME)브랜드의 아이브로우, 립라이너, 립스틱 등 7종이었다.

수출업체 관계자는 해당 화물은 외국 상인들이 온라인 거래를 통해 불법적으로 거래한 것으로 중국 무역회사가 화물 보관 및 운반과 수출 등의 절차를 처리하고, 모든 화물은 이우에서 구매한 것으로 대부분 가짜 상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왕즈예(王誌燁) 닝보 출입경검험검역국 해관사무소 과장은 “많은 가짜 글로벌 브랜드 화장품이 해외로 수출되면 최소 수만 명의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만약 가짜 제품에 유해물질이 포함됐다면 인체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 통제력 부족한 온라인 시장, ‘짝퉁’ 극성의 발원지

예전부터 논란이 됐었던 중국 ‘짝퉁’ 문제는 최근 소비 중심이 온라인으로 변화하면서 더욱 심화됐다.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는 불법 제조∙판매업체들이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확인할 수 없고, 판매자 정보를 얻을 방법이 한정적이라는 온라인 거래의 특성을 악용하면서 가짜 제품의 유통 규모가 더욱 확대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CCTV 시장리서치(CTR)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온라인 쇼핑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할 만큼 소비시장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쑤저우 경찰에 체포된 불법 제조업자들은 온라인 거래의 단점을 이용해 가짜 화장품을 ‘한국에서 들여온 수입화장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했다.

이들은 해외에서 샘플용 제품을 구입한 뒤 가짜 화장품의 반(半) 제품을 만들어 중국 광둥(廣東)성으로 보내 가공한 뒤 최종적으로 수출입이 이뤄지는 칭다오 창고를 통해 제품을 유통했다. 또 대학교수를 고용하고 전문 실험실에서 가짜 화장품을 만드는 등의 치밀한 수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만든 거짓 정보와 칭다오가 제품 발송지로 적힌 택배 운송장을 이용해 소비자가 가짜 제품을 정식 수입품으로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현지 화장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가짜 제품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서 유통되고 있다. 이는 온라인에서 불법 제조∙판매업체에 대한 통제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라며 “특히 최근 구매대행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도 위조품 성행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中 정부의 체계적인 대책 마련 시급

'짝퉁' 문제가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는 더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닝보 출입경검험검사국은 2016년부터 위조품 수출에 대한 단속을 하고 있으며, 랴오닝(遼寧), 하이커우(海口), 산시(山西)성 지방정부도 지난 6월부터 '무허가' 수입 화장품, 가짜 제품에 대한 단속 강화에 나서고 있다. 랴오닝성은 11월 중순까지 온라인 판매 화장품에 대한 전문 조사를 시행하고 화장품 운영업체에 대한 전수 조사도 진행해 규제 대상 데이터 구축과 함께 안전 위험 요인을 점검할 예정이다.

정부의 단속으로 위조품 적발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지만,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예방책은 마련되지 않아 가짜 제품의 유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항저우(杭州)의 화장품 수입대리업체 관계자는 "현재 주요 유통채널이 된 인터넷 쇼핑몰은 많은 화장품 브랜드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과거 본사에 집중됐던 것이 웨이상(微商), 대리판매, 전자상거래로 전환되면서 가짜 제품 판매의 주요 통로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제도가 근본적으로 부실해 '짝퉁' 성행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 불법 성행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상대적으로 미흡해 단속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업계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정품식별, 권익수호 방법 등의 교육만이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상대적으로 약한 강도의 위조품 판매자에 대한 처벌도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