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미래를 내다보는 '주거복지로드맵'을 기대한다
2017-09-28 14:18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었던 6·19 대책과 보다 강도가 높아진 8·2 대책 이후 모든 시민이 시장 동향에 불을 켜고 있다. 이 와중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하루종일 뉴스를 보면서 시름만 깊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실수요자’로 표현되는 세입자들이다.
한 신혼부부는 연말에 전세 계약이 종료되는데 임대인이 얼마나 전세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할지 몰라 걱정이라고 했다. 삶의 모든 선택권이 임대인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지만 슬금슬금 오르는 금리 소식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도 있다. 집이 없어 고통 받고 집이 있어 불안한, 모두가 불행한 사회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디서부터 끊어야 할까. 지난 40년간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경기 활성화였다. 꾸준히 주택 가격 상승 기조를 유지하며, 특히 박근혜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올리기 위해 과도하게 건설 경기를 부양시켰다. 그로 인한 부채의 덫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됐다. 한 시민의 소득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주택 가격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곧 발표할 주거복지 로드맵에 세입자가 현재 사는 집의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계약갱신제도와 전·월세상한제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누군가의 말을 빌린다면 폭등하는 전·월세 가격의 인상을 유예시키고 지금 당장 이사를 앞둔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계약갱신제도가 도입되면 오히려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전·월세상한제를 동시에 추진하면 된다. 이 두 가지의 임대료를 조정하는 조치는 비단 전·월세 가격 안정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소유권 중심이던 주택의 관점을 벗어나 실제로 사는 사람을 중심으로, 즉 점유권을 존중하는 제도가 도입되는 것이기에 추후 주거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좋은 기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다음 세대, 즉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를 위한 미래적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출산이라는 말로 위기를 포착해 내는 시도는 많지만 정작 다음 세대에게 어떤 사회를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 않다. 사회적 재생산이란 그저 인구 구조가 유지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미래세대가 누릴 사회적 자원이 동시에 이전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성찰과 변화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돈을 위해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 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지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새 시대를 만들어가기 위한 움직임은 이제 구체적인 정책에서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