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부 트럼프 감세안...서민 혜택은 하나마나

2017-09-28 14:58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공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인디애나폴리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때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미국 세제개혁안이 27일(이하 현지시간)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법인세율과 개인소득세율 인하를 골자로 하는 이번 세제개혁이 그대로 확정되면 최근 30년래 최대 규모의 감세안이 탄생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떠났던 일자리와 부를 다시 돌아오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 이번 개혁안은 구체적인 재원마련 가능성 및 부자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 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들이 지적했다. 

◆법인세 20%로 인하···개인 세금도 인하해 '경기 부양'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가진 연설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감세 혜택을 볼 수 있는 세제개편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이 발표한 이번 세제안의 핵심은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20%로 인하한 것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15%는 예산 문제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20%로 합의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적했다. 법인세율을 20%까지 낮추면서 전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외신에서는 나오고 있다.

주요 선진국인 프랑스의 경우 법인세는 33%이며, 독일과 일본도 30%에 달한다. 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법인세율은 22.5%다. 

건물 등을 제외한 새로운 설비투자에 대해서도 세금 혜택을 준다. 법인세율을 낮춤과 동시에 미국 기업이 국외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에 매기는 세금 체계도 바꿨다. 국외 자회사에서 배당하는 이익에 대한 과세를 없앰으로써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기업들의 국외보유 자금을 미국으로 흘러들어오도록 유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감세안을 통해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NYT는 "2003년 부시 행정부에서 이뤄진 법인세에 대한 연구를 보면 세율 인하가 투자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최근 미국 경제가 경기 확장기를 통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 감면이 기업투자 확대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향후 10년간 6000조원에 달하는 부담···재원마련·부유층 과세 논란도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은 현행 39.6%에서 35%로 하향조정했다. 개인소득세 과세 구간도 현행 7단계에서 12%, 25%, 35%의 3단계로 단순화했다. 

표준세액공제액 역시 부부 합계 2만4000달러, 개인 기준 1만2000달러로 기존의 2배가량으로 늘리면서 감세혜택을 늘렸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이자, 자선기부금 등 세액공제 항목도 함께 늘렸다. 

자영업자와 부동산 개발업체, 헤지펀드, 법률회사 등 이른바 ‘패스스루(pass-through)’ 기업에 적용되는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역시 25%로 낮췄다. 패스스루 기업은 사업소득이 소유자의 개인소득으로 보고되고 있어, 법인세가 아니라 개인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같은 감세에 대해 공화당 내부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세수 감소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를 해결할 방안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들은 입을 모았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은 부유한 미국인들에게 잠재적으로 큰 횡재일뿐이며, 저소득층에게는 직접적인 이익이 거의 없고 중산층 역시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소재 비정부기구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트럼프 정부의 세제개혁안에 따라 향후 10년간 5조8000억 달러(약 6630조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CRFB는 이 가운데 3조6000억 달러만 상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조2000억 달러는 재정적자로 남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오바마케어 폐지 실패를 통해 정치적 타격을 입은 공화당은 세제개혁안 통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은 지난 8월 "건강보험보다는 세제개혁이 훨씬 당내에서 큰 공감대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VOX는 이번 세제개혁안의 감세폭이나 공제규정 등과 관련해 당내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개정안을 연내에 통과시키고 싶어하지만 시장과 정치 전문가들은 법안 통과는 2018년 초나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