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재판 2라운드] 삼성전자 '지배구조 오해' 풀릴까

2017-09-27 18:50
삼성 측 "구멍가게 아냐, 일일이 보고 불가한 시스템'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연합뉴스] 


28일부터 시작되는 '세기의 재판 2라운드'를 앞두고 삼성의 지배구조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재판에서 1심 유죄판결의 근거가 된 ‘묵시적 청탁’과 더불어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진실 공방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27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28일 오전 10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이번 항소심에서 이 부회장이 미전실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그런 사정을 인식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증명된다면 무죄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미전실의 결정에 이 부회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특검이 재판을 보다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게 된다.

◆이 부회장, 미전실 결정을 알았다?
"나는 모른다. 미래전략실이 알아서 한 일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 1심 재판(50번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구속된 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꺼낸 말이다.

같은 혐의로 재판정에 선 최 전 실장도 “이 부회장은 그룹의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다”라며 일관된 주장을 했다.

이를 두고 당시 여론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그룹의 ‘수장(首長)’과 이를 지키려는 ‘가신(家臣)’이 짠 ‘거짓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며 차가운 시선을 보낸 바 있다. 이는 결국 재판에도 영향을 끼쳐 이 부회장은 지난달 1심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 뇌물 89억원을 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총수 중심의 경영이 이뤄지는 대그룹에서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 관련 있는 주요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데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과 직접 만나 압박까지 받은 상황에서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 등에 대한 삼성의 지원을 모르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며 “특히 그룹의 정점에서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 전략상 이 부회장이 알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강압에 의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게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 부회장은 세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몰랐다고 변함없이 진술하는 것은 이게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조직··· 이 부회장 역할은 ‘비전 제시’
재계에서는 삼성이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몰랐다고 말한 것을 사람들이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이는 삼성 구조를 몰라서 하는 얘기”라며 “삼성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조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구팬인) 이 부회장이 법원에서 최후 진술을 할 때, 류중일 삼성 감독 경질 사실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했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 맥락이라는 얘기다.

그는 “삼성의 연간 매출액이 300조원으로, 하루에 1조원 가까이 된다”며 “삼성이 구멍가게도 아니고 이 부회장이 이를 일일이 보고받는다면 그룹이 돌아가겠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각 계열사의 부사장급 이상 임원은 일정 금액의 결제에 있어 재량권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열사와 부서별로 차이가 있지만, 삼성전자 부사장급의 경우 3000억원까지 보고하지 않고 결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삼성에서 이 부회장은 비전을 제시하고, 글로벌 경쟁사와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계열사 간 중재를 하는 존재라고 정의했다.

일례로 이 부회장은 삼성SDS의 상장, 삼성테크윈과 삼성석유화학 등 화학계열사의 지분 매각 등 그룹의 주요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큰 그림을 그리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삼성은 각 사업부 부장이 사업을 총괄하는데 이들은 경주마처럼 서로 경쟁하며 앞만 보고 달려 좁은 시각으로만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