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법적 소송] 명절 이혼 급증…부부는 배려와 소통이 필요

2017-09-27 15:15

# 40대 주부 김모씨는 지난해 추석 명절 이후 남편과의 관계가 멀어졌다. 명절 때마다 쏟아지는 시댁의 무리한 요구와 비난을 참으며 남편에게 고민을 털어놨지만 오히려 남편은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편의 경우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아내가 평소 친가의 왕래를 꺼려한 것은 물론 처가에서는 항상 자신의 직업이나 월급을 다른 사위와 비교하며 불만을 드러낼 때가 많아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이혼을 선택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듯이 가족 간에 즐겁고 화목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명절 연휴기간에는 음주, 결혼, 재산 문제 등으로 인한 가정의 불화와 다툼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으며, 간혹 강력범죄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미 오래전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이 시기가 지나면 법률사무소를 찾는 이들이 많다. 특히나 부부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의 이혼통계에 따르면 명절 전·후인 2·3월과 10·11월의 이혼 건수는 전달보다 평균 1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이 되면 이혼이 급증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다. △상대의 가족을 문제 삼거나 비난하는 경우 △여러 가족이 모여 서로의 연봉이나 성적 등을 비교하는 경우 △세대간의 갈등, 장시간의 운전, 명절음식 준비, 시댁 위주의 가족문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이같은 사례는 민법 제840조 1항을 살펴보면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해 재판상 이혼 사유로 받아들여진다.

무엇보다 시대의 변화를 맞아 핵가족이 보편화되고 가사노동, 육아 등에서 양성의 위치가 비교적 동등하게 구성된 요즈음의 부부가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의 부모와 조부모 등을 만나게 되면 자연스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명절에 생기는 이러한 분쟁을 원만하게 조절하지 못하면 결국 이혼이라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종성 교수팀이 2012년 명절을 앞두고 560명의 기혼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의 명절 스트레스 점수가 32.4점, 남성은 25.9점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명절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가 봤더니 상사와의 갈등이나 이사 스트레스보다 높고, 돈으로 환산하며 1000만 원 정도의 빚을 지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명절이 지난 후에는 변호사들끼리 '이혼 사건이나 들어와라'는 식의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이혼 상담건이 많고 실제로 상담을 하다보면 당연히 이혼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명절 이후 이혼을 원하는 이들은 여성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사위와 처가 간의 장서갈등도 만만치 않게 많아져 '시월드'가 아닌 '처월드'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에 따라 명절을 보내고 법률사무소를 찾는 남성들의 발길도 늘어나는 추세다.

WF법률사무소 김동성 이혼전담 변호사는 "실제로 남성들이 명절이 지난 이후 이혼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다양한 사례들이 있지만 특히나 경제력을 갖춘 원가족(부부의 부모)의 개입이 많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대개 부부 사이에서 자녀가 태어나면 친정에서 돌봐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 간의 왕래가 빈번해질수록 부딪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이는 곧 장서갈등이 유발되는 기폭제가 된다"면서 "(다수의 이혼상담) 의뢰인들이 과거로부터 부부 간의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평소에 좋은 부부 관계를 유지하도록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명절 스트레스와 이혼 증가에 대해 부부 사이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이혼 사유가 꼭 명절 때문이 아니라 부부 간에 발생한 누적 된 갈등이 명절 때 드러나 결국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민혁 우리가정경영연구소 소장 "시대가 변화하고 아무리 예전보다 인식이 변했다고 해도 명절 일은 여자 몫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여자들은 불만을 갖는다"면서 "집안의 경제적인 문제, 부부 관계, 고부 갈등 다양한 요소로 인한 스트레스가 누적돼 명절 때 폭발하기 쉽다"고 전했다.

김민혜 행복한 가정 만들기 센터장은 "부부가 서로 터놓고 생각을 공유하는 소통과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명절 직후 쌓인 감정이 터져서 감정적인 대응으로 이혼을 생각하는 거라면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