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제협력 진단]중국이 세지면, 갈등도 세진다…현지기업 플랫폼에 올라타라
2017-09-26 18:07
‘자유무역시험구’ 등 중국시장 개방ㆍ신시장 육성책 기회 삼아야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중국 사드 보복으로 국내 기업 피해가 롯데마트 등 소비재에서 시작해 부품 등 중간재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최근의 한·중 경제관계를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며 중국 정부의 정치와 결부시킨 경제 보복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정치적 갈등은 표면적인 것이고, 속내를 들여다보면 빠르게 성장한 중국 경제에 근본 원인이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가전, 철강,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등 다수의 국내 산업과 기업이 중국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겹쳐 중국에 진출한 수많은 한국 기업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중국에 진출한 112개 매장 중 87곳이 영업을 중단했고, 매출 손실액도 연말까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기야 롯데는 중국 내 마트를 매각하기로 했다.
중국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둔 현대·기아자동차도 현지 판매량이 절반가량 급감했고, 쌍용자동차는 올 하반기 합작투자를 통해 현지에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합작법인 설립조차 못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도 급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7월 중국 내 한국 직접투자 규모는 전년 동기(31억1000만 달러) 대비 43.7% 감소한 17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발길이 끊기면서 관광, 서비스업계도 한파를 맞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7월 한국 관광을 포기한 중국인 관광객은 333만명, 손실액만 65억1000만 달러(약 7조6000억원)로 추산된다. 매출이 급감한 일부 면세점은 인력을 감축하고, 사업권을 포기한 곳도 생겨났다.
중국 경제가 급부상하는 과정에서 터진 사드 배치 갈등을 풀 해법은 이미 민간 기업 차원을 넘어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향후 중국의 부상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이를 또 다른 기회로 삼기 위한 공동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과 통상 분쟁을 줄이고, 중국 내 새로운 시장 개척 및 중국 정부 신통상정책 활용 방안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 한 통상전문가는 “중국 경제가 커진 만큼 중국 내 인터넷 플러스(+), 전자상거래, 자유무역시험구 등 중국 시장 개방 및 신시장 육성책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중국 기업 성장에 따른 부품·소재 수요 확대나 중국 기업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기회로 활용하되, 업종 내 경쟁이 심한 분야는 품질 제고와 차별화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인하 및 철폐 혜택 활용, 비관세장벽의 실질적 완화, 서비스·투자 등 후속협상, 산업·지방협력 등 시범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한·중 경제관계 발전이 글로벌 경제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란 사실을 양국 모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