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칼럼] 소설 '이방인' 현실이 되는 순간, 내 것이 아닌 생애

2017-09-26 10:07

[사진=김진아 작가]

인간은 자신의 슬픔과 세밀한 감각마저 사유할 수 있을까? 이에 알베르 카뮈는 말한다. 무한한 우주를 생각하면 인간은 우주의 먼지에 불과하다. 태생적으로 부조리를 가진 인간은 삶 속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지 않을 때 훨씬 더 잘 살 수 있다.

소설 '이방인'은 어머니의 죽음과 이후 살인에 이르는 주인공 뫼르소를 통해 사유하는 인간을 면밀히 묘사한다.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알베르 카뮈는 주인공 뫼르소를 통해 현실이 돼 버린, 이제 내 것이 아닌 생애를 사는 인물을 보여준다.

타의에 의해 혹은 소설 속 태양이 눈부셔 총을 쏴 버린 뫼르소처럼 사유하지 않은 삶을 사유하게 되는 인물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렇게 소설 '이방인'은 인간의 주체적 존재성을 강조하는 실존주의를 통해 삶의 무의미함을 전달한다.

감정적인 인간의 틀을 벗어난 주인공 뫼르소.
그는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그녀의 죽음을 천천히 되감아 볼 뿐 슬퍼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죽음은 그녀 생애 마지막 날이었고, 뫼르소에게는 자신의 어머니가 죽은 날이었다.

철학적으로는 자신을 낳은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만으로 존재가 뒤 흔들리는 부조리를 안겨주지만 소설 속 그는 어머니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차갑게 대답할 뿐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것은 주저 없이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다는 것. 뫼르소는 어머니의 정확한 나이를 몰랐으며,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일도 거부하였다. 그것은 완전한 그의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숨기지 않았다.

어머니의 죽음은 그에게는 아무런 파장이 일지 않는 일. 아주 먼 일, 어느 무대 위 죽음과 같았다.

그런 그가 잠시 생각한 것은 죽음을 앞둔 어머니에게 약혼자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뫼르소는 그 이유를 찾진 않았지만 그것에 대해 잠시 잠깐 고민하였다. 하지만 곧장 집으로 돌아와 연인 마리와 바다 수영을 즐겼고, 따사로운 햇빛 아래 몸을 뉘었다. 그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그의 결정이었고, 그의 결정은 그 때의 생각이었다.

그 후 뫼로소는 친구와 별장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인생이 뒤 바뀌는 일을 당하게 된다. 그의 친구가 아랍인들에게 습격당해 부상을 입은 것이다.

그 날의 희생으로 모든 일이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한 어느 날. 편히 쉬러 간 곳에서 다시 아랍인을 마주하게 된 뫼르소는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눈 채 방아쇠를 당긴다.

한 발 그리고 다시 네 발. 뫼르소는 이미 죽은 아랍인에게 총알 네 발을 더 쏘고 살인자가 된다. 그는 총을 쏘기 바로 직전, 태양의 열기가 뺨에 닿았고 그것이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던 날과 같은 태양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뜨거움을 견디지 못해 아랍인에게 다가섰고 그의 칼이 태양 빛에 번쩍였다는 기억. 그것이 그가 총을 쏘게 된 이유였다.

하지만 나머지는 네발은 어머니의 죽음 목도한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저 어느 무대 위 죽음이었다.
한 발을 쏘고 잠시 후 주저 없이 쏜 네발은 아랍인의 죽음을 인지한 뫼르소의 선택이었다.

‘내가 사람을 죽인 것은 사실입니다’

법정에서는 뫼르소의 행동이 어머니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는 한 청년의 실수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너무나 차가웠으며 전혀 슬퍼하지 않은 채 사랑하는 연인과 사랑을 나눴던 그는 사형 선고를 받게 되었다. 뫼르소는 신부와의 참회를 거부했고 결국 자신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죽는다는 것을 인지하였다.

그는 인생이란 살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들 알고 있으며 언제 죽든 그것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뫼르소는 일말의 희망과도 같은 상고를 스스로 기각하며 평온함을 느꼈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 속에서도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사유했다.
 

[사진=프롬북스넷]

뫼르소는 확신이 있었다.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다가올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녀가 생애 마지막 순간 왜 약혼자를 가졌는지. 왜 생을 다시 시작하는 게임을 시작했는지 이해하였다.
죽음 가까이에서 그녀는 해방감을 느꼈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결심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형선고를 받은 뫼르소 역시 죽음 가까이에서 해방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가진 분노와 고통을 순화시켜주고 무심함을 넘어선 행복감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사형이 집행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와 외롭지 않게 비난을 퍼붓는 일이었다. 이렇게 거짓 없이 자신을 드러내며 인간의 끝에 내몰린 뫼르소가 선택한 것은 외로움을 달래 줄 사형집행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형집행을 보기 위해 몰려든 구경꾼들은 그를 끝까지 인간 세상 밖으로 내몰며 그의 죽음을 어느 무대 위 죽음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간극은 해소하지 못한 채 뫼르소는 영원한 이방인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글=김진아 작가 #버터플라이 #청년기자단 #김정인의청년들 #지켄트북스 #청년작가그룹 #지켄트 #프롬북스넷 #추천도서 #북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