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지침 폐기 후 ‘고용 유연성’과 무관하다는 정부...그런데도 입나온 기업
2017-09-25 18:19
박근혜 '쉬운 해고' 허용때 한노총, 노사정위원회 탈퇴
양대지침 폐기로 노동계에 대화복귀 명분 줘…기업선 노동시장 경직 우려
양대지침 폐기로 노동계에 대화복귀 명분 줘…기업선 노동시장 경직 우려
반면 경영계는 성과 및 책임에 따른 인사 평가, 이를 근거로 한 승진 또는 해고 등에 정부 가이드라인이 사라지면서 고용 유연화가 어렵게 됐다며 비판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이번 2대 지침 폐기와 ‘고용 유연화’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25일 정부가 폐기를 공식 선언한 2대 지침은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말한다.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은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근로조건을 도입할 때 노조나 노동자 과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청년 취업난이 가중되자 노동시장 유연화 확보 차원에서 2대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채용·인사·해고 등의 취업규칙 지침도 판례에 근거, 근로자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 변경이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변경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즉, 사업장 내 채용과 인사, 해고 등을 유연하게 해 경직된 근로 문화를 개선하는 방식의 ‘노동개혁’을 이행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노동주체인 노사 양측이 결정해야 할 사안을 정부가 지침을 통해 결정토록 한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노동계는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마음대로 도입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실제 2대 지침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면서 근로자들에게 심리적 구속력을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2대 지침이 그대로 적용돼 피해를 본 근로자들이 생기는 등 현장 내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급기야 한국노총은 지난해 1월 22일 정부의 2대 지침 도입에 반발해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했다. 이후 노사정 대화에 복귀하는 전제조건으로 정부의 2대 지침 폐기를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날 2대 지침 폐기를 공식 선언한 것은 노동계에 사회적 대화 복귀의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이번 2대 지침 폐기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더 이상 노사정위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경영계는 2대 지침 폐기로 고용 유연화가 후퇴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나갈 사람이 나가야 여력이 생겨 신규 인력을 뽑을 수 있는데 이마저도 힘들어졌다"며 "노동시장 유연화가 후퇴할수록 정규직, 비정규직 간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용부는 이번 2대 지침 폐기와 '노동시장 유연화'는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근로자 채용, 해고 등은 노동관계법상 노사 합의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지 정부가 지침을 내려 판단케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고용부는 2대 지침의 경우 노사 간 충분한 협의가 부족했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돼 노·정 갈등만 초래한 것이 폐기 이유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2대 지침 폐기 결정을 ‘노동시장 유연화’와 결부짓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위해 대기업과 정규직 노동시장은 유연화하고,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은 고용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금도 유효하다”며 “정부의 2대 지침 폐기 결정이 고용 유연화를 흔들어서는 안 되고, 노사가 노동개혁의 주체로 채용과 해고에 유연한 결정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