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해고ㆍ취업규칙 '2대지침' 논의 시작부터 삐걱...노동개혁 '헛바퀴' 우려

2015-12-14 16:00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한 2대 지침 마련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노사정 대타협 이후 논의가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노동개혁이 장기간 표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 안으로 근로계약해지·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지침 공청회를 열고, 기초안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근로계약해지 지침은 현재 법적으로 명시된 정리해고·징계해고 외에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하는 해고 기준을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하는 것을 말한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을 완화하는 것이다.

앞서 고영선 고용부 차관은 지난 7일 열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서 2대 지침의 조속한 협의를 노동계에 요청했다. 당시 고 차관은 미뤄왔던 2대 지침 논의에 충실한 협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지만 한국노총의 반발로 별 다른 진전이 없었다.

이후 관련 회의가 10일 열렸지만 한국노총의 불참으로 끝나게 됐고, 11일 '직무능력 중심의 인력운영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노동계는 시위로 일관했다. 이에 정부는 공청회를 단독 강행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노동계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2대 지침이 '쉬운해고'와 '임금피크제'를 강제 도입할 수 있는 수단에 그칠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임시국회로 넘어간 노동개혁 5대 법안(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기간제법·파견법)의 향후 입법화 과정을 지켜본 뒤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도 표명됐다.

실제 민주노총은 지난 주말의 2차 민중총궐기에 이어 16일 총파업, 19일 지역별 3차 총궐기를 예고하는 등 강력한 저지 공세를 펼칠 예정이다. 당장 14일부터는 노총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지부가 임단협에 들어가는 등 산별노조들도 참가 수위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간 노동개혁의 갈등이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5대 법안 논의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은 상황에서 분쟁만 첨예화 되고 있어, 노동개혁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다만, 노사정 합의 정신을 최대한 반영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노사 간 분쟁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법률에 의해 관련 쟁점과 판단 기준을 구체적, 체계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상익 공인노무사는 "(법원의 구체적인 판례를 보면) 근로자 능력과 성과가 현저히 부족하다면 계약 당사자 일방의 채무불이행으로 계약 상대방의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 "다만 특정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진 징계 또는 해고나 객관적이지 않은 경우 위법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기권 장관은 이날 전국 기관장회의를 열고 5대 법안 연내 처리를 포함한 노동개혁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