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한 석유수출 제한 시작", 대북제재 본격화...금융도?

2017-09-24 11:04
중국 상무부 공고, 23일부터 대북 석유수출 제한, 섬유제품 수입 중단
미국 北 강력한 돈줄죄기 선언...고민 깊어지는 중국, 비공식 금융제재 시작?
북중 '막말' 주고받고, 美 전략폭격기 北 국제공역 비행...갈등 고조

[사진=중국 상무부]


중국이 일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채택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컨더리 보이콧을 선언하고 중국에 압력을 넣어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도 시작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상무부가 22일 저녁(현지시간) 공고를 통해 "안보리 2375호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라 북한으로부터 섬유제품 수입은 물론 콘덴세이트(condensate·천연가스에 섞여 나오는 경질 휘발성 액체탄화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북 수출을 23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내달 1일부터 일부 정제 석유제품의 대북 수출도 중단한다고 덧붙였다고 봉황망(鳳凰網)이 23일 보도했다.

결의안이 통과된 11일 이전에 체결된 무역 건에 대해서는 12월 10일 밤 12시 전까지 수입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줬고 석유 정제제품 수출과 관련해서는 오는 10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유엔 회원국의 북한에 대한 석유 정제제품 수출량이 50만배럴를 넘지 못하고 내년부터는 매년 200만 배럴를 넘지 못한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대부분의 거래가 중국과 이뤄지고 있어 이는 중국이 안보리가 제시한 상한선을 반영해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의미다.

 

[그래픽=연합뉴스]


국제사회가 북한의 '생명줄'이라고 여기고 수출 중단을 요구했던 '원유'는 금수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 대외무역에서 중국의 비중이 92.7%로 압도적이고 북한의 수출품 중 섬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7.5%로 높아 상당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전면적이고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다"면서 "최근 통과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은 대외무역 관련 제재 조치가 상당수 포함됐고 이에 상무부는 중국 법률·법규를 기반으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북한 '완전파괴'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진=연합/AP]



중국발 금융제재가 강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무역관계가 있는 제3자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행정명령에 서명한 때문이다. 북한과의 무역, 금융거래 대부분은 중국과 이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한 3자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새로운 행정명령은 북한 무역과 관련된 금융거래 은행을 제재하는 재량권을 재무부에 부여한다"며 "북한과 상품, 서비스, 기술 거래하는 개인과 단체를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한층 강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 금융기관은 미국 금융망 접근이 막히고 북한을 오간 선박과 비행기의 미국 입항과 입국도 180일간 금지된다. 미국이 꺼내든 역대 가장 강력한 단독 대북제재 조치라는 평가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와 미국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중국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일본 언론은 이미 인민은행의 지시로 일선은행이 북한 국적 개인과 기업의 신규 계좌개설, 송금, 대출 등이 중단했고 북중 무역의 70%를 차지하는 랴오닝성 북한계좌가 전면 동결됐다는 보도를 냈다. 중국이 이미 금융 분야에서 단독제재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내가 아는 선에서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전면적이고 철저하게 이행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이에 공식적으로는 제재를 부인했지만 사실상 비공식 제재는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고개를 들었다. 

북미간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북한 완전파괴', '늙다리 미치광이' 등 과격한 언사를 주고 받으며 서로에 대한 응징을 강조하고 23일에는 미국 B1-B 랜서 전략폭격기가 F-15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북한 동해 국제공역을 비행했다. 21세기 들어 가장 북쪽까지 진입한 것이다.

이는 준비된 군사적 옵션을 보여줘 북한을 압박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국방부도 "무모한 행동의 심각성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