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호칼럼] 수출>수입, 수출=수입, 수출<수입 중 바람직한 것은?

2017-09-21 20:00

박장호칼럼
 

[사진=박장호 서울대교수(산학)]


① 수출>수입, ② 수출=수입, ③ 수출<수입 중 바람직한 것은?

위 문제는 필자가 국민학교 6학년쯤 시절 사회문제로 나왔던 것이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1번을 찍었다. 국가경제는 집안경제의 확장이고 한 가정이 잘 유지되려면 수입보다 반드시 적게 쓰고 저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듯이, 국가도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수입은 적게 하고 수출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논리였다. 미시경제학인지 거시경제학인지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수입보다는 수출을 많이 해야 국가가 부강해지는 것이고 국민 모두는 근검절약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수출기업은 애국자이고 양담배를 피우는 자는 사기꾼, 외제차를 모는 것은 매국노이니 세무사찰로 부정하게 모은 돈과 정신을 개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모든 국민들에게 당연시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 시험문제의 정답은 2번이었다. 수출과 수입이 동일해야 하다니··· 군사부(君師父)일체가 우리 사회의 정신을 지배하던 시절이기도 하였고 또 잘못 질문하면 선생님께 얻어맞기도 하던 시절이라 감히 선생님 눈을 맞추기도 힘들었지만, 학생들은 수출이 수입보다 많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하였다. 워낙 많은 학생들이 틀리고 질문을 하니 선생님도 당황스러우셨고 설명도 학생들의 머릿속에 명쾌하게 들리지 않았다. 전과(지금의 참고서)에는 2번이 정답으로 되어 있다고 그 당시 누가 얘기했지만, 대학을 가서도 왜 2번인지 그 전과가 잘못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계속 들었었다.
386세대인 필자는 지금은 초등학교라 불리지만, 국민학교를 다녔다. 국민교육헌장이라는 것을 학교에서 시켜서 외웠고, 간혹 호랑이 선생님들은 못 외우는 애들을 때리기도 하였다. 아니 팼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묘사일 것 같다. 국민교육헌장의 서문···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그리고 중간부분에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그런데 감히 양담배를 피우고 외제차를 몰다니! 이는 천인공노할 일이었고, 애국시민이라면 무조건 국산품 애용과 내핍을 통해 수출입국(輸出立國)에 기여해야만 했다.
섬유공장을 차려 돈을 많이 벌었다. 나는 못 배운 피아노, 바이올린도 애들에게 가르치고 간혹 양주도 마셔본다. 외제차가 좋다니 벤츠를 사고 싶어도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다. 혹시 밉보여 세무조사를 받는 것이 아닌지, 거들먹거린다고 은행에서 대출을 끊어버리지나 않을까 머리가 복잡해져 그냥 현대 그랜저 검정색으로 정해버린다.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진다.
해외여행은 허가받은 특권층 몇몇만 가는 건 줄 알았는데, 88올림픽이 열려 세계화의 물결이 몰려오더니, 그 다음해부터 해외여행이 자유화 되었다. 바깥세상은 호기심 천국이고 집의 부모님과 애들이 좋아할 물건이 너무 많아 가져가는 길은 힘들지 모르나 좋아할 얼굴이 떠올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면세한도를 조금 넘기기도 하고 라벨을 떼기도 하고 의지의 한국인답게 내 집에 귀국선물 보따리를 들고 산타클로스처럼 멋있게 나타난다. 집안 식구들 얼굴에 화색이 돈다. 이런 간단한 인지상정을 경제학에서는 웰페어(welfare)라는 어려운 말로 쓰고 있다. 후생 또는 복지라 번역되고 우리나라 5천만 국민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면 후생함수의 증가가 있다고 그럴 듯하게 표현한다.
해외수입이 증가한다는 것은 중간재를 가져와 가공해 수출하는 것도 포함되고 최종소비재를 가져와 우리 국민이 소비한다는 것도 포함된다. 최종소비재 속에는 비싼 핸드백도 들어가고 다이아몬드도 들어가지만 약품도 포함되고 아이들 필기구도 포함된다.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난 다음에는 수입이 수출과 엇비슷해지는 것이 국민의 후생에 도움이 되는 것이고 국내기업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
빗장을 걸고 국산차만 보호하여 독일차를 막았다면, 보기 싫다고 일제차를 때려 부쉈다면, 현대차가 미국과 중국에 진출할 수 있었을까? 국산품만 애용하자는 문화가 우리정신을 지배했다면, 마카롱 같은 프랑스 과자나 유럽빵들은 구경도 못하고 이스트로 부풀린 밀가루에 방부제가 듬뿍 첨가된 빵들이 빵의 전부인줄 알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말은 이래도, 아직도 몸은 국산품이 더 체질에 맞게 교육받았지만 국민교육헌장이 무엇인지 모르는 우리 자식세대는 그렇게 피와 땀으로, 악으로 깡으로 살기보다는 원대한 식견을 가지고 글로벌한 세상을 살면서 민족중흥을 일으키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그들이 부모세대가 물려준, 세계 194개국 중 12위라는 훌륭한 성적표보다 더 나은 성적표를 만들어낼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지금의 우리에게 부여된 민족중흥의 사명이 아닐까 한다.
금년 8월 3일자 한 메이저 신문에는 '해외서 한번에 67만원만 카드 긁어도 관세청 통보'라고 기획재정부의 세제개편안이 헤드라인으로 경제면에 상세히 나와 있다. 관세청에 통보해서 어쩌자는 것일까? 초·중학교 시절 반에서 떠들던 학생들 이름을 반장이 칠판에 적어 놓으면 호랑이 선생님들이 '빠따' 치던 시절이 생각난다. 관세청은 67만원 이상의 카드를 긁은 대한민국 국민들한테 어떤 빠따를 칠 것인가? 그 신문을 직접 인용하자면,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비싼 물건을 자주 사거나 관세신고를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을 명단화해서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가 부강해지고 세대가 변하여 1년에 남녀노소 약 2000만명이 해외에 나가는 시절이다. 기재부 세제실은 5000만 대한민국 국민 중 2000만명의 카드내역을 들여다보려 하는가? 67만원에는 인터넷으로 해외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민종중흥을 이루기 위해 공부해야만 하는 해외 원서는 비싸다. 지적재산권 보호 때문에 1980년대와 같이 해적판을 구해 볼 수도 없다. 보통 권당 100달러 이상이다. 개정되는 세법이라면 원서 6권만 아마존에서 사도 그대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