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강단 선 홍준표 "한국당 예뻐해달라"
2017-09-14 16:22
친박(친박근혜)계 청산 등을 내세우며 인적 혁신에 나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번에는 청년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권위적이고 '낡은 보수' 이미지를 개선하고 젊은 층으로의 외연 확대를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14일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수업에 특별강사로 강단에 섰다. 해당 수업을 담당한 류석춘 연대 사회학과 교수가 주선한 것으로, 류 교수는 한국당의 혁신위원장이기도 하다. 특강은 주로 학생들의 질문에 홍 대표가 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질문자로 나선 학생은 "홍 대표는 부인에게 '촌년이 출세했다'는 말을 하고, 돼지 발정제 사건도 있었다"면서 당 혁신을 위해 여성관을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질문을 던졌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를 묻자, 홍 대표는 "출범한 지 넉 달 정도 됐기 때문에 평가는 좀 이르다"면서도 대북정책과 청년 일자리 정책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남북 비핵화 합의를 1991년도에 하고 전술핵이 빠져나갔는데, 북한이 핵 개발을 안 했느냐. 숨어서 하고 합의하고 돌아서서 계속해서 지금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있다"면서 "평화를 얻으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금 잘못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당이 '보수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홍 대표는 "우리 지지율이 나빠진 것은 탄핵 때문"이라며 "대안정당이 되려면 제일 먼저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해 혁신위원회에서 자진탈당을 권유한 것도 언급하며 "그분들한테 묶여서 도매금으로 좌절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내년) 지방선거 전 까지 25%의 안정적 지지율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좌파들이 내세우는 복지는 보편적 복지인데 지금 같이 나눠먹을 때는 아니다. 나라가 좀더 커지고 선진국으로 간 이후에, 그 때는 좌파정부가 들어와도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정치를 24년째 하고 있는데 좌파 우파 개념으로 정치를 하지 않는다"면서 "어느 정책을 취하고 어느 노선을 취하는 게 국가의 이익이 되느냐, 또 국민의 이익이 되느냐의 개념으로 늘 정치를 해 왔고, 한국당이 신보수주의를 내걸고 다시 시작하려는 것도 중심 개념은 국익"이라고 강조했다.
또 바른정당에 대한 차별성을 묻는 질문에 홍 대표는 "배가 난파되면 수리해서 끌고 가야되는데, 난파될 거 같으니 자기들만 살겠다고 구명정 타고 망망대해로 나가버렸다"면서 "난파될 줄 알았던 배가 선장이 바뀌고 수리해서 정상 운행을 하고 있으니 돌아오는 게 정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박근혜를 탄핵시켰더라도 당을 만들어 나가선 안 된다, 자신들은 구성원으로서 책임이 없느냐. 비겁하다"면서 "살려고 먼저 나간 사람들이 정도보수를 얘기하는 건 넌센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홍 대표의 강의는 이날 약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그는 강의를 마치며 학생들에게 "처음 들어올 때 나가라 하고 플래카드 걸까 봐 (예고없이) 전격적으로 왔다"면서 "터놓고 얘기할 기회가 있어서 고맙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러분들이 이 나라 주인이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만큼 세상을 차분하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이성적으로 좀 판단해달라"면서 "저희당 좀 예쁘게 봐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