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 "독일의 진정한 과거사 반성..동북아에 시사점 커"

2017-09-12 20:52
슈뢰더 전 총리 "위안부 할머니 고통이 역사적으로 인정받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로부터 자서전 한국어판을 선물 받고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아직 우리는 과거사 문제들이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독일은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으로 과거 문제를 이해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슈뢰더 전 총리의 자서전 '게르하르트 슈뢰더 자서전 : 문명국가로의 귀환'의 한국어판 출간을 축하하면서 “자서전에서 다룬 분단과 역사문제, 포괄적 사회노동개혁, 탈원전 문제 등은 우리 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방향과 일맥상통하거나 참고가 된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한국 방문 기간 중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난 것을 소개하며 할머니들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영화 ‘택시운전사’에 대해서도 “젊은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민주주의를 쟁취하려고 했던 노력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저도 영화를 보면서 광주 시민의 숭고한 희생과 용기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의 진실을 알린 힌츠페터 기자의 노력도 광주를 계승하게 된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이 다양한 경제지원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힌츠페터 기자가 광주 민주화운동을 최초로 세계에 알리고, 독일 의회가 김대중 전 대통령 구명우동을 전개했던 사례와 같이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이 고비고비마다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광주 민주화운동도 당시엔 좌절한 것처럼 보였지만 끝내 한국의 민주주의로 이어졌고, 최근 한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졌을 때 이를 다시 일으켜 세운 촛불혁명의 원천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독일의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주변국과의 화해ㆍ협력 추진 사례가 동북아 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고, 이에 슈뢰더 전 총리는 “후세대가 과거의 역사적인 일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하는 것은 당연하며, 과거를 직시하는 것이 관련국 간의 진정한 협력관계 발전에 기반이 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슈뢰더 전 총리의 포괄적 사회노동개혁이 독일 경제를 살리고 현재까지 독일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임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슈뢰더 전 총리는 “지금 문재인 정부가 노사정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려는 시도는 분명 옳은 일”이라면서 “한편으로 이를 추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지도자의 자세는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비전을 갖고 현실을 극복해 내는 것”이라며 “개혁의 결과는 몇 년 후에 생기겠지만, 그 개혁의 결단은 지금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라고 조언했다.

본격적인 환담에 앞서 슈뢰더 전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자서전을 선물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자서전을 건네며 기념사진 촬영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웃음을 보이며 흔쾌히 촬영에 응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또 자서전을 펼쳐 독일 하노버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집무실에서 언젠가 또 뵐 수 있는 날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께서 커피를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하시다 커피 생각이 날 때 최고의 커피 맛을 보시라고 커피 가는 기계를 가지고 왔다"며 문 대통령에게 커피 그라인더를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