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제자 성폭행 배용제 시인 징역 8년..피해학생,대입수시 불이익 항의못해
2017-09-13 00:0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는 12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용제 시인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배용제 시인은 지난 2012∼2014년 자신이 실기교사로 근무 중이던 경기도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문예창작과 미성년자 여학생 5명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고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배용제 씨는 2013년 3월 창작실 안 서재에서 A양에게 “너의 가장 예쁜 시절을 갖고 싶다”며 입을 맞추고 추행했고, 같은 달 지방에서 백일장 대회가 개최되자 A양에게 “늦게 끝나니까 부모님께 친구 집에서 자고 간다고 말하라”고 시키고 창작실로 불러들여 성폭행했다.
같은 해 9월 배용제 씨는 “내가 과외를 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과외를 그만둬야 할 것 같다”며 B양에게 겁을 준 후 입을 맞추고 신체를 만졌다.
배 씨가 장기간에 걸쳐 이런 성범죄를 자행할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대입 수시 전형이었다. 배 씨가 재임하고 있던 학교의 학생들은 교사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학교생활기록부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수시 전형으로 대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이었다.
배 씨 학교 학생들은 수시 전형으로 대학교에 입학하려면 문예창작대회 수상 경력이 중요했다. 실기교사인 배 씨는 출전 학생을 추천할 권한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피해 학생들은 배 씨로부터 성폭행 등을 당하고도 대입 수시 전형에서의 불이익이 두려워 범행에 맞서지 못했다.
배 씨는 학생들에게 “내게 배우면 대학에 못 가는 사람이 없다. 나는 편애를 잘하니 잘 보여라”며 “문단과 언론에 아는 사람이 많다. 사람 하나 등단시키거나 문단 내에서 매장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라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대입에서 수시 비중은 급격히 높아질 전망이라 이런 일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4년제 대학교 입시에서 수시 비중은 2018학년도 73.7%에서 오는 2019학년도엔 76.2%로 늘어난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지난 달 대입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 비중을 60% 이상으로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중부대학교 교육대학원 안선회 교수는 12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배용제 시인에게 징역 8년이 선고된 것에 대해 “대입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이 교사에게 막강한 권력을 부여해 교사가 부당한 일을 해도 학생들이 수시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제대로 항의하지도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도 “이번 일은 과도하게 높은 수시 비중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정시로 대학에 갈 수 있는 문을 넓혀 주기 위해 대입에서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