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정우 “文정부 첫 예산안, 일자리·분배·성장 선순환…세법 개정안, 담뱃세 인하와 빅딜 없다”
2017-09-10 14:54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여의도의 대표적인 ‘경제통’ 김정우(경기 군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한국 경제 진단은 폐부를 찔렀다. 보수정권 9년2개월간 한국 경제는 난파선 위기에 처했다. 아슬아슬하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유럽·신흥국 등의 경제위기설이 불 때마다 한국 경제는 휘청거렸다. 저성장 국면에서 ‘수출과 내수 부진→소비 감소→기업투자 위축→고용 감소→가계 가처분 소득 감소’ 등 경제순환적 위기보다는 ‘구조적 위기’의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제는 물적 투자가 아닌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론의 시작인 문재인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이 그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건물에 대한 투자만이 투자가 아니다”라며 “사람과 복지에 투자해 소득주도성장론을 꾀하면 더불어 잘 사는 성장을 할 수 있다. 이런 프레임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의 핀셋 증세인 ‘법인세·소득세 인상안’과 자유한국당의 담뱃세 인하안 등의 세법 개정안 각론 논의 과정에서 이른바 ‘빅딜’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1호 정책인 일자리 창출에 대해선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이 민간으로 확산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산업 정책 부재 논란과 관련해선 “박정희 시대처럼 정부가 특정 산업에 진입장벽을 쳐서 육성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을 그었다. 그보다는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 및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 등이 ‘시대정신’이라는 얘기다.
그는 집안의 가훈인 ‘더 넓게 더 높게 더 크게’처럼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은 김철배 민주당 강원도당 상임고문이다. 2대에 걸쳐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강원 철원 출신의 김 의원은 제40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정보통신부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등을 거쳐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 김 의원이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은 심플했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 정치가 세상을 다 구원하지는 못할지라도 누군가에게 희망의 증거로 남고 싶다는 김 의원의 도전은 계속된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文정부 예산안, 소득주도성장론 첫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예산안이 심의·의결,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복지 예산 등 의무지출비율이 과반인 429조 원의 ‘초슈퍼 예산’이다. 기획재정부 경제통 출신이 본 정부 예산안의 총평을 해 달라.
“그간 50년 가까이 고착된 정부 예산 기조를 많이 바꾼 시발점이다. 기존에는 SOC 등 물적 투자가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핵심이다. 세계 경제나 내수 침체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거의 수출 중심, 대기업 중심, 공급중심 정책과 낙수효과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으로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갈 수 없다. 이번 예산안은 사람 중심 경제,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분배·성장의 선순환과 공정한 경제를 달성하면서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했다.”
-내년도 예산안 증감률을 보면 보건·복지·노동(12.9%) > 교육(11.7%) > 일반·지방행정(10.0%) > 국방(6.9%) 순이다. 감소율은 사회간접자본(SOC)이 20%로 가장 많다. 한국 경제의 건설경기 의존성을 볼 땐 단기적으로 경기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50년간의 프레임 시각으로 보니까 그런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예산은 부채 주도 성장, 부동산 주도 성장 프레임이었다. 물적 투자만이 투자가 아니다. 사람과 복지도 투자다. 이것이 소득주도성장론으로 이어지면 국민 경제는 더 성장한다. (종국적으로) 더불어 잘 사는 성장 프레임으로 바꿀 수 있다.”
-그간의 SOC 사업 예산 집행률을 보면, 불용 예산으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금년 SOC 예산 중 연말까지 집행되지 못하고 내년으로 이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2조5000억 원에 달한다. 지방교부세 등의 인상으로 지방재원에 여력이 생긴다. 더 많은 사업을 집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건설경기가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일각에선 정부가 SOC 사업 예산을 삭감해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끼워 넣기’ 등으로 증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본다.
“정부 예산은 정치적 고려 없이 짜려는 ‘경제적 합리성’을 가지고 편성하려는 경향이 강한 반면, 국회는 아무래도 ‘정치적 합리적’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끼워 넣기 예산이 추가된다. 이번 국회에서는 면밀히 검토, 경제적 합리성 위주로 편성할 것이다.”
◆“文정부 산업 패싱? 우려에 불과…민간에 자율 줄 것”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예산이 올해 16조238억 원에서 2018년 15조9천106억 원으로 삭감, 일각에선 ‘산업 정책 패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어느 일방에 치우친 정책으로 산업이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의 재정정책은 상대적으로 경제분야에 치중, 사회복지 분야가 약했다. 이를 바로 잡는 과정이다. 산업정책의 경우 정부가 진입장벽을 만들고 보조금을 줘서 육성했다. 박정희 시대가 대표적이다. 이는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기도 하고 개방경제에서는 할 수 없다. 해서도 안 된다. 산업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다. 예컨대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바이오산업 등 특정 산업만 인위적으로 육성할 수 있겠느냐. 경제 전반의 자율을 주는 거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애초 매머드급 범정부 기구에서 축소됐다는 지적이 있다.
“위원회에 참여하는 부처 수를 갖고 평가할 일은 아니다. 장관 수가 줄어드니까, 정부 의지가 후퇴한 게 아니냐, 이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민간이 늘어나지 않나. 4차 산업혁명은 어차피 민간이 주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정부 역할을 인프라 기반을 확충하는 등 기틀을 만드는 것이다.”
-IT(정보기술)의 혁명을 시작했던 김대중(DJ) 때는 어떤 방식이었나.
“국민의정부 때 ‘전자정부특별위원회’가 있었다. 비슷했다.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위원회 간사로 참여하고 정보통신부와 기획예산처, 행정자치부 등 3개 부처가 참여했다. 그때도 민간이 더 많이 참여했다.”
-내년도 예산의 핵심 쟁점은 ‘재정 건전성’과 ‘재원 조달’이다. 전자의 경우 정부는 향후 5년간 연평균 5.8%씩 재정지출을 증가시킬 예정이다. 같은 기간 경상성장률(4.5~4.9%)보다 높다. 과연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나.
“재정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이 5.8%이지만, 최근 조세수입 여건이 개선되는 등 재정수입의 연평균 증가율이 5.5%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5년 후 40.4%로 전망한다. 걱정하는 것처럼 극심한 재정건전성 훼손은 없을 것이다.”
-사실상 ‘세수 대박’에 의존한 정부 예산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기 불황 등으로 예상보다 세입 확보가 어려울 경우 정부 재정계획은 전면 개편이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정부가 정한 국가채무비율을 지킬 수 있을지, 일본과 유럽의 재정 위기를 겪지는 않을지 우려가 된다.
“경기 불황 등으로 세입 확보가 어렵다면 지출을 줄여서 재정건전성을 지킬 것인지, 국가채무를 다소 늘리더라도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들어가야 한다.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증세가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다만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일본이나 유럽과 같은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전망한다.”
-구체적 근거가 있나.
“2015년 기준 GDP 대비 일반정부 총부채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45.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비가중 평균 85.9%, 가중평균 112.0%)이나, 일본(221.8%), 그리스(181.6%), 이탈리아(157.5%), 포르투갈(149.2%), 스페인(116.9%) 등 유럽의 재정위기 국가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다만, 그 증가 속도는 문제다.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법인세 인상안, 野 설득 통해 통과 노력할 것”
-야당에서는 재원이 과소 추계됐다고 비판한다. 또한 정부 예산안을 보면, SOC 예산을 삭감하면 복지 예산을 충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후자의 특징은 ‘지속적인 지출’ 아닌가. 보수야당이 ‘포퓰리즘 적자 예산’으로 비판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복지 예산이 지속적인 지출 요인이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재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현세대의 복지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보수야당에서는 포퓰리즘 재정적자를 주장하지만, 정의당은 더 많은 복지 예산을 편성하라고 하지 않나. 예산에서는 초기 설계가 중요하다. 예컨대, 아동수당 10만 원 지급의 경우, 지급에 따라서 기존의 세금에서 잔여 세액공제라든지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지금 조정 중에 있다. 단순히 복지예산 늘어난다고 해서 미래 세대에게 전가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프레임은 단견이다.”
-국가채무비율 40%에는 공기업 부채 등이 빠져 있다. 1000조 원을 넘은 가계부채 등이 부동산 폭락 등과 맞물릴 경우 ‘금융위기→금융권의 자본잠식→정부 공적자금 투입’ 등의 악순환을 겪을 수도 있지 않나.
“부채는 그것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증가율 속도다. 정부에서도 끊임없는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 조만간 정부는 가계부채 안정화 대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본격적으로 정기국회에 돌입, 세법 전쟁의 막이 오를 전망이다. 법인세 인상 등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하다. 기재위 소속이기도 한데, 통과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
“법인세 세율 인상의 대상은 과세표준 2000억 원을 초과하는 129개 초대기업에 불과하다. 그들이 높은 수익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사회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회로부터 얻고 있는 이득에 비하면 3%포인트의 법인세율 인상이 과도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야당을 잘 설득해서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정부·여당 세법 개정안, 한국당과 국민의당 중재안”
-일각에선 ‘법인세·소득세 인상안’과 한국당의 ‘담뱃세 인하’ 등을 놓고 세법 빅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담뱃세는 빅딜 대상이 아니다. 논의 가능성도 없다. 그것을 말하는 사람의 입이 부끄러운 거다. 역사적으로 보면 담뱃세 올렸다가 인하한 경우는 딱 한 번 있었다. (담뱃세 인하 주장은) 조세의 역사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여야 합의로 인상한 것을 지금 와서 내리자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나머지도 빅딜할 게 없다. 법인세 부분도 국민의당 의원발의안을 보면 우리 당 안보다 훨씬 세다. 민주당 안은 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중재안이다. 그러니까 우리 당의 안으로 가면 된다.”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정책이 민간으로 확산하기 위한 ‘연결고리’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신규 일자리 창출, 다른 하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근로시간 단축 등 기존에 있던 부분의 변환이다. 두 번째는 부분은 정부가 ‘모범고용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시장까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의 경우도 복지나 소방 분야 등 안전분야에 치중했다. 이는 국민 생활의 질과 직결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가계의 소득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내수가 활성화되면 자연히 민간부분의 일자리도 늘게 될 것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최근 ‘지대개혁론’을 통한 보유세 인상을 군불을 땠다. 당론으로 추진할 생각은 없나.
“민주당은 기조는 당론의 최소화다. 보유세 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본다.”
-20대 총선 직전에 문재인 대통령의 인재영입 8호 인사로 영입, 국정기획위를 거쳐 추미애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혹시 좌우명이 있나. 향후 계획도 알려 달라.
“가훈이 ‘더 넓게 더 높게 더 크게’다. 정치할 때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국민들을 더 높게 섬기고 국민들의 마음을 더 깊게 헤아리는 게 중요하다. 특별한 방법이 있다기보다는 주어진 일을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이거 하나만은 약속하겠다. 초심은 잃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