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FTA 폐기 발언 사흘만에 美 USTR 대표 "협정 일부 수정 희망"
2017-09-06 11:01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5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일부 수정을 원한다”고 말하면서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폐기 위협과는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파이낸셜타임즈(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는 이날 멕시코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2차 협상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FTA 폐기에 대한 견해에 관해 질문을 받았을 때 폐기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도록 재협상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미FTA의 일부를 수정할 수 있는 협상을 원한다. 우리가 협정의 문제로 여기는 점이 해결될 수 있도록 성공적인 논의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면서 재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폐기를 논의하겠다고 위협한지 사흘만에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사령탑이 그에 배치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호무역론자인 라이트하이저가 협정폐기에 관심을 보였고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 등 경제 안보 수장들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라이트하이저는 이날 한미FTA의 폐기보다 재협상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FTA 폐기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인 데에는 미국 산업계에서 경제적 피해를 우려해 한미FTA 폐기 결사반대를 외치며 반발하는 데다가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한미동맹의 강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한미FTA 폐기 발언이 애초부터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얻기 위한 노림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현지 주요 매체들은 한미FTA 폐기 시 초래될 피해를 집중해 보도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FTA의 폐기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섣부른 단정을 경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