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학살에 침묵하는 아웅산 수치… 국제사회 비난 쇄도
2017-09-05 17:01
"배를 타고 온 군인들이 갑자기 집에 불을 지르기 시작했어요" 미얀마 라카인주 서부에 위치한 돈차 파라에 사는 레하나 카툰(30)은 자신의 두 남동생이 사망하던 날을 이같이 회상했다. 군인들은 그녀의 집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냈다. 남동생 2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그녀의 남편과 아버지가 실종됐다. 그녀는 가까스로 임시 캠프가 있는 쿠투파롱까지 도망쳤다.
미얀마 로힝야족의 학살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로힝야족에 대한 잔혹행위를 묵인하고 있는 아웅산 수치 여사에 대한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다. 실질적인 정치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정치적이고 도덕적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로힝야족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지난달 경찰초소 30여곳을 습격했다. 그동안 로힝야족을 학살하고 차별한 미얀마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다. 미얀마는 이 단체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병력을 투입하면서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지금까지 로힝야족 반군 370명을 포함한 총 400명 넘게 사망했다. 유엔은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탈출하는 로힝야족이 약 7만 3000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슬람권 국가 지도자들은 강하게 비난했다.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아우산 수치에 실망했다"며 "과거 그녀는 인권 원칙을 위해 싸웠으나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로힝양족 유혈사태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종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얀마에서 대규모 학살이 벌어지고 있으나 침묵하고 있다"며 "로힝야족 유혈사태를 유엔 총회에 안건으로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바드 자이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로힝야족을 상대로 이어지는 폭력에 대해 전세계가 침묵하고 있다"며 "인종청소를 막기위한 국제 사회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몰디브는 미얀마 정부가 로히양족에 대한 잔혹행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모든 교역을 끊겠다고 밝혔다.
몰타 기반의 민간단체인 MOAS가 구조선 피닉스를 미얀마로 옮겨 로힝야족을 구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OAS는 로히양족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피닉스는 3주 내 벵골만에 도착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미얀마 정부군의 ARSA 소탕작전에 로힝야족 민간인 피해자가 늘면서 많은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도피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로힝야족 수백명이 배를 타고 방글라데시로 가던 중 선박 2척이 뒤집혀 21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12명이 아이들이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