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 ‘기부천사’ 루이스와 아름다운 명승부…“준우승도 괜찮아”

2017-09-04 15:39

[루이스가 4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우승 한 후 상금 전액을 태풍 피해를 입은 휴스턴에 기부한다는 증서를 들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스테이시 루이스(32·미국)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정상에 오른 후 남편 제러드 채드월을 안은 채 펑펑 울었다. 눈물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우승을 차지한 스테이시는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끌어안았다.

루이스는 4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를 기록, 19언더파 269타를 마크한 전인지(23)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루이스는 4타 차 앞선 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해 싱겁게 우승을 달성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인지가 후반 들어 대추격전을 펼치며 1타 차 명승부를 펼쳤다. 루이스는 마지막 17, 18번 홀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파 세이브로 극복해 84개 대회 만에 짜릿한 우승을 달성했다. 5개 대회 연속 한국 선수들에게 우승컵을 내줬던 미국 현지 팬들도 뜨거운 박수로 루이스의 눈물을 닦았다. 

2014년 3승을 챙기는 등 LPGA 투어 통산 11승을 거둔 루이스는 최근 몇 년간 지독한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려야 했다. 2014년 6월 열린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 이후 통산 12승을 달성하기 전까지 준우승을 12번이나 했다. 루이스는 L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3년 간 매우 힘들었다. 좌절을 많이 했는데 남편이 힘든 시간들을 함께 보내줬다. 남편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골프에 대한 간절함과 남편의 헌신은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 루이스는 지난해 휴스턴대 여자 골프 코치인 채드월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루이스의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우승을 꼭 해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다. 태풍 ‘하비’로 텍사스 일대에서도 휴스턴 주변이 극심한 피해를 보자 루이스는 이번 대회에 출전해서 복구 지원을 위해 상금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휴스턴 외곽의 우들랜즈에서 자란 루이스는 우승 상금 19만 5000달러(약 2억 2000만원)를 휴스턴을 위해 쾌척했다. 루이스는 “믿어지지 않는다. 집을 다시 세우고,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오게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부담이 더 있을 수는 있었겠지만, 사람들이 나를 응원하고 내가 잘하기를 바랐다. 그런 점이 이번 주 내내 나를 도왔다”며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었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 루이스가 우승하면서 그의 스폰서인 KPMG가 우승 상금과 같은 금액을 '하비' 피해 복구를 위해 내기로 했고, 또 다른 후원사인 정유회사 마라톤도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경기 외적으로 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아름다운 골프’를 선보였다. 전인지는 루이스와 18번 홀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펼쳤다. 빛나는 선의의 경쟁을 펼친 두 선수는 경기 후 진한 포옹을 했다. 지난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5번째 준우승을 기록했지만 전인지는 기쁜 마음으로 루이스를 축하했다. 전인지는 “루이스가 최근 힘든 시간을 겪었던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크게 축하를 해주고 싶다. 나도 보기 없이 좋은 라운드를 펼쳤고, 루이스도 훌륭한 경기를 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조연이었다.

[전인지가 4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힘차게 샷을 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