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 대몽골 시간여행-38] 겨울천산(天山:텐산)을 어떻게 넘었나?
2017-09-05 13:39
끝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엄청난 규모의 전투병 행렬이 들판을 가득 채웠다. 울음소리를 내며 무리 지어 이동하는 양떼들, 등에 식량을 비롯한 온갖 군수품을 실은 채 터벅터벅 걷고 걸어가는 낙타와 소들, 요리사와 보급담당자, 치료사, 통역사, 상인 같은 비(非)전투요원들도 이들 무리 속에 포함돼 있었다.
물론 얼굴에 주름이 잡히기 시작한 50대의 칭기스칸도 이들과 다를 바 없이 병사들을 독려하며 고단한 행군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동 중에 날이 저물면 그 자리에서 야영을 하고 새벽녘에 북소리가 울리면 또다시 길을 서둘러 서쪽으로 향했다. 자고새면 천산과 넓은 평원만 보면서 몇 날 며칠을 이동해서야 그들은 준가르 분지의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만년설이 덮인 천산을 그 것도 겨울이 접어드는 시점에 몽골의 푸른 군대는 어떻게 넘을 수 있었을까?
▶ 만년설을 이고 선 천산 산맥
또 해발 6.995m의 칸 텡그리봉은 ‘황제의 하늘’이라는 몽골인들에게 익숙한 이름대로 아름다움을 뽐내며 하늘을 받치고 있다. 천산의 해발 2,500m 까지는 초원과 가문비나무숲이 아래쪽을 받치고 있고 그 지점을 넘어서면 고산 초원이 펼쳐진다.
3,500m를 넘어서면 초원도 사라지고 생명을 가진 식물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된다. 그리고 그 위로는 만년설이 덮인 설산(雪山)이 펼쳐진다.
▶ 주변을 풍요롭게 만드는 생명 줄
산을 덮은 눈들은 천산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흘러내린 눈 녹은 물은 식수로, 농업용수로 천산 주변사람과 땅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 고난의 천산 대장정
준가르 분지를 통과한 칭기스칸의 푸른 군대는 우선 겨울 천산을 넘기 위한 채비를 갖췄다. 말의 다리는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가죽으로 감싸주었다.
그리고 무거운 짐을 버리고 군장의 무게도 가볍게 했다. 여름에도 눈과 얼음이 덮여 있는 험한 길을 겨울을 맞으며 지나야 하는 대장정은 그야말로 고통의 연속이었다. 해발 4천m이상이 되는 천산 산맥을 넘어 일리지역으로 넘어가는 동안 수많은 병사와 가축들이 눈 속에서 희생됐다. 산중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양가죽을 뒤집어쓰고 새우잠을 자며 숱한 밤을 지새우는 동안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엄습했지만 이들 푸른 군대는 그 어려움을 이겨내며 강인한 군대로 거듭 나고 있었다.
▶ 농토로 변한 준가르 분지
때문에 청의 건륭제는 직접 대군을 몰고 멀고 먼 서역 땅까지 원정길에 올라 이 지역을 장악했다. 이후 중국 땅이 돼 버린 준가르 분지는 지금은 그 모습마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초원이 거의 모두 농토로 바뀐 것이다. 가을 색이 완연한 들판에는 가을걷이가 한창이었다.
양편에 넓은 경작지를 끼고 서쪽으로 왕복 4차선의 도로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우루무치에서부터 따라오기 시작한 천산은 왼편으로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계속 달려가고 있었다. 칭기스칸의 20만 대군과 수십 수백만 마리의 가축은 지금처럼 천산을 왼쪽에 끼고 서쪽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 내리막 급경사 길 거북이 운행
도로에서 한발만 벗어나면 천 길 낭떠러지! 차량도 조심스럽게 거북이 운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울창한 나무들과 계곡을 끼고 급경사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면서 790여 년 전 칭기스칸 군대가 겪은 고초를 가히 짐작할 만 했다. 당시에는 사람이 지난 흔적도 없는 이 근처 지역의 울창한 삼림 지대와 계곡, 혹독한 겨울 추위 이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는 전장에서 만난 적보다도 더 무서운 적이었는지 모른다.
무엇 때문에 칭기스칸은 이처럼 어렵고 힘든 원정을 밀어붙인 것일까?